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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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곱창배춧국과 빈대떡
서울 토박이인 외가 음식 중에 가장 좋아하던 것은 겨울에 끓여먹는 곱창배춧국이다. 집집마다 김장하는 날에 먹는 음식은 대개 정해져 있게 마련인데 외할머니도, 어머니도 김장하는 날에는 꼭 곱창배춧국을 한 솥씩 끓여내셨다.
2020-12-14 -
전북 정읍의 싱건지
싱건지는 김장을 담그기 전에 만들어 금방 먹고 치우는 김치다. 국물의 간을 세지 않게 해서 담그자마자 금방 익혀 국물도 먹고, 무도 건져 먹다가 군내가 나기 시작하면 찬거리로 요긴하게 쓴다. 통마늘, 생강, 삭힌 고추를 베보자기에 싸서 독 한구석에 박아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지 않고 맑다. 기호에 따라 나박김치 담그듯 고춧가루를 좀 섞어 불그스름하게 색을 내기도 한다.
2020-12-11 -
충북 제천의 승검초단자와 수수무조청
오래된 추억 속의 음식 기억은 맛이 반, 향이 반이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52호인 이연순 씨가 만드는 승검초단자도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한 음식이다. 승검초단자는 당귀(當歸)잎을 갈아서 찹쌀가루에 섞어 쪄 색과 맛, 향을 낸 후 꿀로 반죽한 거피팥소를 감싸고 잣 고물에 굴려 만드는 떡이다.
2020-12-01 -
부산 기장군의 말미잘탕과 생선찜, 군소 산적
말미잘은 낚싯대나 그물에 심심치 않게 딸려오는 통에 오랫동안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다. 잘못 만지면 촉수로 독을 쏘아대니 반가울 턱이 없었다. 예쁜 쓰레기 취급이나 받던 말미잘을 식재료로 써볼 생각을 한 건 부산 기장 사람들. 구워먹고, 끓여먹고, 데쳐먹는다.
2020-11-16 -
경기도 파주의 미꾸라지 털레기와 추두부
가을고기(秋魚)라 하여 특별히 추어(鰌魚)라는 이름이 붙은 미꾸라지는 단연, 가을에 어울리는 식재료이다. 추수할 무렵이 되면 겨울잠을 대비해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미꾸라지는 오래전부터 요긴한 보양 식재료가 되어 주었다.
2020-11-09 -
경북 안동의 접빈객 음식, 안동국시와 안동식혜
한국음식의 범주에서 안동 지역 음식이 가진 의미는 꽤 묵직하다. 2001년 발견된 종합 농서인 『산가요록(山家要錄)』에 230여 가지에 달하는 조리법이 포함되어 가장 오래된 조리서로 인정받기 전까지만 해도 안동 광산(光山) 김씨(金氏) 문중에 내려오는 『수운잡방(需雲雜方)』이 최초의 조리서로 오랜 기간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2020-10-28 -
경기도식 여름 풋김치와 겨울 묵은지가 어우러진 밥상
여름 김칫거리 중에 가장 흔한 것은 열무다. 텃밭에 한 고랑을 내 열무씨앗을 뿌려 두면 어린 열무가 자란다. 이걸 솎아 무쳐도 먹고 된장국도 끓여먹다가 손바닥 길이만큼 자라면 비로소 뽑아 김치를 담근다. 콩 포기 사이에 뿌려 거둔 콩밭 열무도 초여름 귀한 김칫거리가 된다.
2020-09-11 -
전남 완도군 노화도의 여름 자하젓과 전복
5월이나 6월부터 잡기 시작해 9월까지 잡는 잘디 잔 자하(紫蝦). 곤쟁이라고도 불리는 자하는 곤쟁이과에 속하는 갑각류로 갑각의 색이 자주색으로 붉어 ‘자하’라고 불린다. 서해안에서 잡히는 갑각류 중 가장 작고 연하며 투명하다. 길이는 1cm 남짓. 자하에 소금을 쳐서 담근 젓갈인 자하젓은 곤쟁이젓, 감동젓이라고도 부른다. 19세기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는 각색 젓갈이라고 해서 다양한 종류의 젓갈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쪄서 먹고 젓무에 조금 넣으면 맛이 일품이다”는 말로 감동젓을 설명하고 있다.
2020-08-05 -
깔때기국수, 꽁치당구국 등 경북 해안가 해녀음식과 토속음식
바다를 끼고 있는 포항은 사철 다양한 생선과 해산물이 많이 난다. 그중에서도 대게, 문어, 과메기 등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는 특산물이다. 구룡포읍에 있는 구룡포 시장의 대표적인 수산물은 살아있는 홍게와 대게. 초겨울에 들어설 무렵이 되면 해풍에 말린 과메기를 사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청어를 말린 청어과메기와 포항의 대표 음식인 꽁치과메기다. 식초를 과하게 넣은 새콤달콤 물회나 비싼 대게 코스 정식은 그야말로 외지인들을 위한 외식 메뉴일뿐, 포항 토박이들이 즐기는 음식은 담백하고, 개운하고, 구수하다.
2019-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