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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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장의 주요 건물들인 열화당과 서별당, 안채, 동별당은 높이와 형태가 제각각으로 세워졌고, 크기는 비슷비슷해서 산만한 느낌까지 든다. 만약 전면에 줄행랑에 없었다면 이들 산만하고 부조화된 형태들이 그대로 노출됐을 것이다. 그러나 전면에 강력한 줄행랑을 도입함으로써 뒤쪽 건물들의 산만한 집합형태를 은폐할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효과는 산만한 형태들에 기준

눈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측량도에 의하면 이 줄행랑은 열화당 쪽으로|살짝 쏠려 있다. 본채들과 줄행랑을 평행으로 놓을 경우 공간적 변화도 없고 열화당 마당이 너무 넓어진다는 단점을 생각한 고려라 할 수 있다. 비스듬히 놓인 줄행랑은 외부 진입로에서도 독특한 시각 효과를 거둔다. 활래정 앞으로 들어오는 진입로에서 보면 줄행랑은 갈수록 멀어진다. 반면 내부에서

사랑채 뒷마당은 예의 큰사랑 골방과 안채 샛문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공간이다. 두 면은 벽, 한 면은 낮은 담으로 구성된 장방형의 공간에 골방이 돌출함으로써 지그재그의 방향감을 갖는다. 이 마당의 아랫면은 지그재그로 연속된 쪽마루가, 윗면은 지붕 처마 면이 공간을 한정하고 있다. 아주 작지만 역동적인 방향감을 갖는, 손에 잡힐 것 같은 공간이다.

이 집의 안마당은 평온함과 밝음, 그러면서도 추상적인 아늑함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추상성은 안마당에서 일체의 일상적 장치들을 소거함으로써 얻어진다. 장독대나 개수대는 물론, 난방에 필요한 아궁이들마저도 모두 안채의 뒤편에 설치했다. 서쪽 뒤에 있는 큰 규모의 곳간채도 안마당에서는 전혀 인식할 수 없다. 마치 주택의 안마당이 아니라, 서원이나 재실의 마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3

담장이 인공적인 중심 요소라면, 물은 자연적인 중심 요소다. 물은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소리로 들리는 청각적인 요소다. 특히 소쇄원의 물은 소리로 듣는 물이다. 졸졸 흐르는 물줄기, 콸콸 쏟아지는 큰 폭포 소리,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들. 중간단의 통로를 걸어가 보면,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오히려 소리로써 각부분물의 형상을 연상케 된

소쇄원의 영역들을 수직적으로 구성하는 요소가 석축이라면, 수평적인 구성요소는 담장이다. 담과 단에 의해서 소쇄원의 6개 영역들은 구획되며 동시에 연속된다. 그러나 여기에 설치된 담장은 2개뿐이다. 2개의 담장은 때로는 곧게 뻗고, 때로는 꺾어지면서 다양한 공간과 장소를 만든다. 이처럼 자유자재로 담장을 사용한 예나, 최소의 요소로 다양한 효과를 성취한 예는

수원화성에는 벽돌을 독립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석조 또는 목조와 혼합해 사용했다. 동북각루에 해당하는 방화수류정은 여러 재료들을 혼합 사용한 기법을 잘 보여준다. 복잡한 평면을 가진 이 정자는 석조와 벽돌조가 혼합된 기단 위에 목조 구조물을 올렸다. 기단은 석재를 다듬어 기둥과 보 모양으로 결구하고, 그 사이의 작은 벽들을 벽돌로 가지런히 채웠다. 물론 석재

이중적인 구조를 구체화하기 위해 선택 된 건축 요소들은 다른 한옥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다. 巴자형의 집 모양은 거의 유일한 구성법이며, T자형으로 계획한 안채의 배치도 독창적인 생각이다. 분리된 2개의 중정을 연결하기 위해 반 칸짜리 통로를 고안했다. 한국건축의 모듈은 철저하게 구조적인 모듈, 즉 ‘칸’ 을 기본으로 한다. 향단에서는 구조적

다섯 째, 감각에 의존한 전통적 조형관이 반영되었다. 한옥의 창은 크기와 위치 등이 수학적 계산이 아닌 감각에 의해 대강 결정된다. 지붕을 자와 같은 도구 없이 눈썰미만으로 짓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꼭 이 크기이거나 이 위치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강 이 정도 크기에 이 정도 지점이면 된다. 구체적 모습으로 고정되어 나타나는 최종 결과는 이런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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