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속

6편.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민화
등록일2023-01-18 조회수10695
열정과 염원이 담긴 민화

우리 조상들은 풍요와 건강을 바라는 민화를 집에 걸어 가족과 이웃의 행복을 빌었다. 궁중 장식화는 왕실 화원이 그린 그림을 말하고, 민화는 무명 화가가 그린 그림이다. 하지만 창작에 대한 열정과 작품에 담은 염원만큼은 민화라고 덜하지 않았다. 민화의 경우 궁중에서 규제하는 요소에 제한을 받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표현 방식이 가능했다.

세화와 근하신년

세화는 지난해를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의 평안과 풍요를 바라며 문에 붙이고 서로에게 선물했던 그림으로 연하장과 부적의 용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민화다. 세화가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조선 후기 이후부터이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세화 풍습은 궁중을 중심으로 행해져 왔으며, 점차 민간으로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미상 민화 호랑이 그림(민화 호도, 民畵虎圖) 한국 광복이후 ⓒ 국립중앙박물관, 호작도 조선 ⓒ 가회민화박물관

필자미상 민화 호랑이 그림(민화 호도, 民畵虎圖) 한국 광복이후 ⓒ 국립중앙박물관

호작도 조선 ⓒ 가회민화박물관

요즘은 새해가 되어도 문에 그림을 붙이거나 그림을 주고받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김만순金邁淳, 1776~1840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홍석모洪錫謨, 1781~1857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 조선시대 세시기류의 기록을 보면 세화는 정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풍속이었다.

“도화서에서 수성(壽星)·선녀(仙女)와 직일신장(直日神將)의 그림을 그려 임금에게 드리고, 또 서로 선물하는 것을 이름하여 세화(歲畵)라 한다. 그것으로 송축(頌祝)하는 뜻을 나타낸다. 또 황금빛 갑옷을 입은 두 장군상을 그려 바치는데 길이가 한 길이 넘는다. 한 장군은 도끼를 들고 또 한 장군은 절을 들었는데 이 그림을 모두 대궐문 양쪽에다 붙인다. 이것을 문배(門排)라 한다…….”(《동국세시기》 정월조)

세화는 소모품의 성격이 강하여 도화서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은 거의 전해지지 않지만, 궁궐부터 관아, 양반 저택, 민가에 이르기까지 세화를 붙임으로써 새해가 되면 전국의 집안 곳곳이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하여 경건하고 화려한 그림 축제가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풍요와 건강을 빌며 궁중과 민가에서 세화 주제로도 자주 사용되던 대표적인 그림으로 작호도, 십장생도, 수성노인도 민화가 있다.

작호도
까치호랑이(작호도) 조선 ⓒ 삼척시립박물관

까치호랑이(작호도)

조선 ⓒ 삼척시립박물관

우리의 문화 속에는 호랑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와 풍속, 신앙, 유물들이 풍부하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산신도, 민화, 탱화, 판화, 호랑이 부적 등에서 호랑이와 까치가 종종 함께 등장하며, 민화에서 호랑이는 어딘지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호랑이와 까치를 함께 그린 호작도는 작호도(鵲虎圖), 혹은 ‘까치호랑이도’라고 부른다. 까치호랑이 그림 속 호랑이는 호랑이의 여러 상징 중 액막이로서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으며, 까치가 가진 길상의 상징이 결합하여 불운을 멀리하고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려졌다.

십장생도
십장생도 8폭 병풍(十長生圖八幅屛風) ⓒ 국립민속박물관1 십장생도 8폭 병풍(十長生圖八幅屛風) ⓒ 국립민속박물관2

십장생도 8폭 병풍(十長生圖八幅屛風) ⓒ 국립민속박물관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그림에는 온 가족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현존하는 그림 중 어떤 그림이 세화로 반사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밝혀진 바로 세화의 그림은 화려하고 선명한 채색이며 단폭 또는 병풍의 형태로 그려지고 하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 말 이색(李穡, 1328~1396)은 몸이 아파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십장생도를 꺼내 보며 장수를 기원하고 성은에 감사하는 내용을 남겼다(『목은시고』 권12). 십장생도는 본래 궁중의 장식화로 선호된 주제였다. 화려한 궁중 십장생도에 비하면 민화 십장생도는 단조롭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민간 화가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궁중양식의 장식화를 모방하고 응용해 왔다.

수성노인도
필자미상 수성노인도(筆者未詳壽星老人圖) 조선 ⓒ 국립중앙박물관, 수성노인도(壽星老人圖) 조선 ⓒ 삼척시립박물관

필자미상 수성노인도(筆者未詳壽星老人圖) 조선 ⓒ 국립중앙박물관

수성노인도(壽星老人圖) 조선 ⓒ 삼척시립박물관

장수를 상징하는 수성노인도는 키가 유난히 작고, 몸길이의 반을 차지할 만큼 큰 머리, 늘어진 눈썹 등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주로 백발에 지팡이를 쥐고, 학과 사슴을 거느리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며, 인간수명을 지배하는 남극성(南極星)의 화신으로 여겨 남극노인(南極老人)이라고도 불렀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인사는 아마도 ‘오래 사세요’ 였던 것 같다. 수성노인도는 인간의 수명과 장수를 관장한다는 노인성의 화신인 수노인을 형상화한 그림으로, 수성노인도의 장두단신 도상은 시대별, 지역별로 모습이 다양하게 표현되며 지물과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자료출처(발췌 및 재구성)
  • <어쩌면 이미 알다시미, 세시풍속 vol.1 원형들> 中
  •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민화의 이미지들’ ⓒ 2022,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자료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민화호랑이그림」, 「수성노인도」
  • 국립민속박물관 「십장생도 8폭 병풍」
  • 삼척시립박물관 「까치호랑이」, 「수성노인도」
  • 가회민화박물관 「호작도」
참고문헌
  • 민속소식(webzine.nfm.go.kr) 「신년 그림 풍속, 세화(歲畵)」 (21.02.01) 본문
  • 월간민화(artminhwa.com) 「새해맞이 벽사와 길상을 위한 그림, 세화(歲畵)」 (14.12.09) 본문
  •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3 「궁중 세화」 56p~58p
  • 울산매일(m.iusm.co.kr/) 「[구본숙의 미술평론] 궁중회화와 민화」 (21.11.08) 본문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aks.ac.kr) 「작호도(鵲虎圖)」 본문
  • 대구신문(www.idaegu.co.kr) 「[박승온의 민화이야기] 수성노인도(壽星老人圖), 범상치 않은 능력자들 조차 우러러보는 최고 신선」 (21.10.20) 본문
  • 월간민화(artminhwa.com) 「궁중 십장생도 민화 장생도(長生圖)로 거듭나다」(14.07.0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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