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공감

[11월 한식이야기] 한식문화관광이 나아가야 할 길
지난달 중순 오랜만에 익선동과 종로 고기골목을 누비며 외국인 커플에게 미식투어코스를 안내했다. 군인부부였던 미식투어 참가자는 2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올해 한국과 같이 안전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된 건 큰 행운이라고 했다. 미군이 한국을 안전하다고 하니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주한미군에게 한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방역 덕분에 살기 좋은 나라로 여긴다니 정말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을 방문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경험한 외국인들 중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다음 방한 때는 비빔밥의 도시인 전주,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부산과 제주도, 또는 안동의 찜닭골목을 가고 싶다고 한다. 다양한 한류 붐 덕에 2030 중심으로 한국은 ‘잘 살고 세련된 나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의 위상과 호감도가 짧은 시간에 많이 높아졌다. 덩달아 한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한식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차별화된 ‘한국만의 색’이 있으며 먹을수록 매료된다고들 한다. 한국은 미식가들이 한번쯤 꼭 오고 싶어 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한식을 문화관광상품으로 포장하고 소개하기 위해 외국인들이 멋지다고 여기는 것들을 짚어보자. 그리고 아쉬운 점은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한식의 어떤 점이 이들을 매료시키는 것일까?

 
한식요리교실에 참가한 외국인 유튜버들
필자가 한식요리교실에 참가한 외국인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한국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첫째, 한식은 유니크(unique)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한국으로 여행 오는 관광객 중 공통적으로 신기해하는 것들이 있다. 인터넷이 빠르고, 대중교통이 최고라는 점과 한식은 유니크하다는 것이다. 북경에서 비행기로 한두 시간의 거리인데 언어는 물론이고 음식과 식문화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한식과 비슷한 음식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매운 음식과 간장 맛을 기본으로 한 담백한 음식이 있고, 차가운 냉면이 있는 반면 아주 뜨거운 찌개류가 있다. 특히 맛도 요리법도 다른 다양한 고기음식에다 동시에 채식만으로 상을 차리는 사찰음식도 있다. 다양성도 자랑거리이지만 유니크하다는 것은 관광객에게 매우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둘째, 독특한 식사법.
음식관광 참가자는 ‘맛’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 음식을 주제로 한 관광상품을 기획할 때 문화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과 참가자를 즐겁게 할 만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찾아서 담으려는 노력을 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고기를 쌈에 싸서 먹는 것이 외국인들 눈에는 신기하기 그지없다. 낯선 한국식 테이블 매너도 이들에게는 흥미롭다. 사람들은 맛있는 한끼 식사보다 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한다. 이런 특별한 순간을 선사하기 위해 한식과 우리 문화를 객관화하고 분석한 후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셋째, 한국식 고기구이. 
이탈리아는 파스타, 일본은 스시, 미국은 햄버거와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메뉴를 꼽으라면 어떤 음식을 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한국인에게 하면 다양한 답을 하지만, 외국인은 대부분이 ‘코리안 바베큐(Korean Barbeque)’라고 대답한다. 수많은 나라들이 바베큐를 먹지만 한국처럼 굽는 기구도 가지각색에 원료도 다양하고 고기 부위에 따라서 써는 두께를 다르게 하는가 하면, 다양한 쌈채소와 반찬을 차려내는 상차림은 본 적이 없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고기를 잘 굽는 민족으로 알려졌다. ‘코리안 바베큐’의 역사도 길다. 한국식 고기구이는 스토리텔링을 더하고 고급화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부가가치 높은 음식으로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
 
코리안 나이트 다이닝투어 중 한식가이드가 고기 굽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이미지
'코리안 나이트 다이닝투어(Korean Night Dining Tour)' 중 한식가이드가 고기 굽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몇 년 전 ‘김치트레일’이라는 투어에 셰프, 식품회사 직원, 와이너리 관계자가 참가했다. ‘김치에 담긴 이야기와 식재료 찾아가기’가 김치트레일의 주제였다. 투어는 늦은 가을 전남 신안 소금체험으로 시작되었다. 김치를 만들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채소 절이기’를 위한 좋은 소금과 간수를 빼는 것에 대해서도 배웠다. 이어서 해남 배추밭에서 맛있는 배추김치를 위해 어떤 배추가 좋은지 배추재배법을 듣고 배추시식회를 가졌다. 각자 뽑은 배추로 김치도 담가보았다. 김치저장고인 옹기장도 만나고 서울에 돌아와서는 김치냉장고를 판매하는 곳을 방문하는 특별한 미식투어였다. 참가자 중 와이너리 관계자는 와이너리투어처럼 김치투어를 기획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연중 진행할 수 있는 관광상품은 아니지만 한국 대표음식이자 한국의 식문화와 한국인의 생활에서 뺄 수 없는 김치는 앞으로도 한식문화 관광상품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코로나 이후 한식문화관광 키워드는 “체험”이다.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여행 트렌드는 관광명소, 쇼핑 위주 체험보다 테마가 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일에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미식가에게 한국을 오고 싶은 나라로 만들려면 먹방처럼 맛집 찾아다니기 이상의 것을 선보여야 한다. 미식 관광객은 새롭고 특이한 것에 관심이 많고 지적호기심이 크다. 미식관광은 우주여행이나 의료관광처럼 SIT(Special Interest Tourism), 즉 특수목적관광으로 분류된다. 보기에 따라서 틈새시장으로 볼 수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예컨대 최근 몇 년 동안 넷플릭스(Netflix) 다큐 프로그램이 한국의 사찰음식을 방영하면서 주인공인 정관스님은 일약 미식가들의 우상이 되었고, 백양사는 유명 셰프들과 미식가들에게 가고 싶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해녀를 보기 위해서 제주도에 가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여행객에게 해녀식당은 일반 고급 한식당보다 더 가고 싶은 곳이다. ‘맛있는 한식’이라는 막연한 개념보다 구체적인 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사례들이다.
 
나는 미식가를 대상으로 한 인바운드 여행사를 12년째 운영하고 있다. 여행업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사스(SARS), 메르스(MERS), 연평도 사건, 북핵문제 등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다. 그러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도 백신개발과 치료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내년에 방한을 계획하는 이들의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모두 여행에 목말라 있고 코로나 이전보다 더 모험적이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싶어한다. 나는 요즈음, 그동안 미식관광객이 한식에 대해서 얘기한 것들, 미식투어 참가자가 작성한 한식 투어 관련 설문지, 한식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한식에 대한 의견을 써서 보낸 이메일을 다시 찾아보고 있다. 그 안에 코로나 이후 미식관광객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한식문화관광을 선보일 수 있는지 답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 최지아는,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주) 대표로 한식체험교실 등을 운영하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외국인들에게 한식과 한식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미국 뉴요커가 한식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뉴욕의 조리학교인 ICE(Institute of Culinary Education)를 졸업했다. 2012년부터 17년까지 5년간 한국컬리너리투어리즘협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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