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공감

[가을 한식이야기] 나주임씨 대종가 제례음식 이야기(2-1)
 

제례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가례(家家禮)’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는 가문마다 문중마다 제례를 모시는 방식이나 제물을 진설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일게다. 그렇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만큼 각 가문이나 문중에서 모시는 제사의 전통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주자가례』의 전통을 큰 틀에서 따르고 있으나 수 백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가문에 따라 문중에 따라 심지어 지역문화에 따라 변화의 변화를 거듭하였음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앞서 나주임씨 대종가의 제례와 제례음식에 이어서 제례음식 가운데 나주임씨 대종가만의 특이한 제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2열 맨 좌측에 진설한 ‘도적’을 들 수 있겠다. 도적이란 적틀(바닥이 평평하고 넓은 제기)에 계적(鷄炙: 닭), 육적(肉炙: 고기류), 어적(魚炙: 생선류)을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을 말하는데, 경우에 따라서 소적(蔬炙 : 채소류)을 추가하기도 한다. 이렇게 적틀에 도적을 쌓을 때에는 우모린(羽毛鱗)이라 해서 하단을 기점으로 어류, 육류, 조류의 순서로 차리는데, 이는 바다, 육지, 하늘로 구성된 우주의 질서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도적
<도적>
 

도적은 주로 불천위제사나 묘사 등의 큰제사에 차리는 제물로, 편(떡)과 함께 제례음식의 백미라 할만큼 중요하게 인식한다. 경북 일대 종가에서는 지금도 이 도적을 중요시 여기고 쌓는 방식도 다양하다. 일례로, 경북 상주 소재종가에서는 도적으로 배추전, 부추전, 미나리전, 우엉전, 돼지고기수육, 소고기산적을 괴어서 진설하고, 계적은 닭고기를 통째 삶아 별도의 제기에 담아 진설하고 있다. 그리고 어적의 제수로는 생선이나 문어 외에 마른 오징어를 불려 적으로 구워서 진설하고 있다. 하나의 제기에 채소전을 쌓아 받침대로 삼고서 그 위에 돼지고기, 소고기를 쌓으면 그 높이가 상당하다.
호남지역에서는 이러한 도적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데 나주임씨 대종가에서는 지금도 이렇게 마련하여 진설하고 있으므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겠다. 이 도적은 적틀 위에 상어, 병어를 놓고 그 위에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올려놓는다. 숭어, 병어는 제 모시기 전에 미리 사서 소금에 절여서 3~5일간 건조한 뒤에 삶아서 다시 불에 구운 것으로, 예전에는 짚불에 구웠으나 지금은 삶은 뒤에 불을 한번 쏘이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모양을 잡기 위해 숭어에 대꼬쟁이를 꽂고 대꼬쟁이 가장자리에 한지를 붙여놓는다. 숭어는 반드시 올린다고 하는데, 숭어를 제일 밑에 놓이고, 병어를 쌓아 올린다. 그리고 그 위에 삶은 돼지고기 앞다리를 대꼬챙이 4개로 찔러 모양을 잡아 올린 다음, 알고명(지단)을 듬뿍 올린다. 경북지역에서처럼 채소전을 쌓지 않기 때문에 높이는 자연 낮을 수밖에 없다.

적틀 위에 알고명을 올리는 이유는 고기가 보이는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생선과 돼지고기에 꼿은 대꼬챙이 끝에는 기다랗게 한지에 밥풀을 붙여 양쪽으로 붙인다. 이것을 ‘사지물린다’고 하는데, 음복한 뒤 손을 닦는 데 사용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안동지역 도적의 특징으로 관적(串炙) 곧 꼬치의 형태를 들 수 있다고 하였는데, 나주임씨 대종가에서도 숭어나 돼지고기에 대꼬쟁이를 꽂는 관적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예전에 상어, 병어 외에도 민어, 조기 등의 생선을 쌓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

이러한 도적의 주된 기능은 고임 높이의 과시라고 한다. 조상과 가문에 대한 위상과 경제력에 따라 고임의 높이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곧 도적의 높이가 제사 규모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전통사회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데, 오늘날에도 이를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찌되었든 나주임씨 대종가에서는 과거에는 규모가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지금도 이런 제물을 진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종가만의 제례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는 2열 맨 우측에 진설한‘편(䭏:떡)’을 들 수 있다. 조상제사에서 빠질 수 없는 제물이 떡인데, 도적과 마찬가지로 떡 역시 고임 형태로 차려지기 때문에 제사상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경북 상주지역에서는 편에 사용되는 떡의 종류가 기본 5가지 이상이며, 같은 종류의 떡을 여러 층 쌓아 올려 괴었기 때문에 모든 제수 중에 가장 높다고 한다. 그래서 영남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본편으로 다양한 종류의 시루떡을 쌓고, 웃기편은 경기, 충청, 호남지역은 6종류인데 비해 영남지역에서는 송편, 경단, 잡과편, 부편, 깨구리, 쑥구리, 인절미, 절편, 전, 주악 등등 22종류가 될만큼, 떡고임의 전통이 비교적 강하다.  

완성된 편
<완성된 편>
 
한지로 쌓은 편
<한지로 쌓은 편>
 

나주임씨 대종가에서는 편을 ‘떡고임’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본편은 시루떡과 인절미, 백절편이며, 우찌지는 흰송편과 송기송편이며, 그 위에 고명을 얹은 것으로 이루어졌다. 시루떡과 백절편을 정사각형 우물모양틀로 쌓는다. 시루떡 7단(켜), 인절미 6단(켜), 백절편 6단(켜) 총 19단(켜)의 떡과 웃지지(웃기, 웃기떡)가 괴어졌다. 23㎝×23㎝ 정사각형에 60㎝의 높이이다. 쌀로 하면 한말 서 되가 들어간다고 한다. 여기서 우찌지는 지역에 따라 가문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전남지역에서는 대개 우찌지, 부꾸미라 부른데, 비해 영남지역에서는 웃깨이 웃깨, 웃찌시라 부르고 있다.

시루떡은 멥쌀가루를 한층 깔고 팥껍질을 벗겨낸 개피 고물을 올리고 다시 멧쌀가루와 고물을 번갈아 가면서 층을 내어 찐다. 이렇게 찐 시루떡은 편틀에 올리기 좋게 긴 사각형으로 자른다. 인절미는 찹쌀을 쪄서 콩가루를 묻히는데, 형태는 편에 올리기 좋게 긴 사각형으로 자른다. 그리고 백절편은 멥쌀가루를 쪄서 기계로 길게 뽑으면서 50여㎝ 크기로 자른다. 맨 위에는 웃찌지라 하여 흰송편과 송기송편을 골고루 놓아 색을 맞춘다. 그리고 고명은 먼저 흰떡을 완자처럼 작게 빚어서 올리고, 그 위에 꿀이나 엿으로 묻힌 대추채(또는 곶감)을 버물려서 올린다. 이렇게 떡을 고인 뒤에는 한지로 둘러싸고 댓가지 8개로 지지대를 세운 후, 오래전부터 내려온 짚과 삼으로 만든 왼새끼줄로 둘둘 감아서 모양을 유지한다. 이렇게 하는 데는 사당으로 제물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흐트러짐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여기에 사용된 댓가지와 삼줄은 백여 년 동안 이어져온 물건이라고 한다.

이러한 편고임은 과거 여느 제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었겠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호남지역에서의 편고임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나주임씨 대종가에서는 지금도 전통 규모 그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필자 서해숙은, 
전남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민속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전북대학교 쌀․삶․문명연구원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전남대학교 국문학과 강사로 출강하면서 사단법인 남도학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는 <호남의 가정신앙>, <고전문학교육의 현재와 지향>, <지역민속의 전승체계와 활용>, <한국 성씨의 기원과 신화>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현대구전설화에 담긴 기억과 역사문화적 인식」, 「나주임씨 대종가의 불천위제례와 제례음식에 관한 연구」 등 다수가 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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