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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의 말미잘탕과 생선찜, 군소 산적
 

말미잘은 낚싯대나 그물에 심심치 않게 딸려오는 통에 오랫동안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다. 잘못 만지면 촉수로 독을 쏘아대니 반가울 턱이 없었다. 예쁜 쓰레기 취급이나 받던 말미잘을 식재료로 써볼 생각을 한 건 부산 기장 사람들. 구워먹고, 끓여먹고, 데쳐먹는다.

 

기장 사람들이 즐겨 먹는 붕장어는 낚시로 잡는다. 그런데 붕장어 끝에 말미잘이 딸려 올라오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걸려오는 족족 떼어내 바다로 다시 던져버리곤 했다는데 어찌어찌 붕장어탕에 같이 넣어 끓였더니 웬걸, 쫀득쫀득한 맛이 그만이었던 것. 지금은 기장 학리항 인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말미잘은 해파리, 산호류와 같이 강장동물로 분류된다. 해파리는 자유롭게 부유하며 사는 데 반해 말미잘은 바위나 다른 생물에 붙어 사는 것이 일반적이고 가끔은 떠다니기도 한다. 입은 있되 항문이 없다. 입 주위에 있는 여러 개의 촉수에 걸리는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 새우, 게 등에 독을 쏘아 마취시키고는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소화가 된 찌꺼기는 물론, 입으로 뱉어낸다.

 

말미잘의 꼬들꼬들한 맛은 단 하루만 즐길 수 있다

 

말미잘은 손질하기가 꽤 까다롭다. 촉수에서 뿜어 나오는 독이 손에 닿지 않도록 잘라내고 반으로 갈라 내장을 긁어낸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흐르는 물에 문질러가며 씻는다.

말미잘은 손질하고 하루 안에 먹어야 합니다. 잡은 날에는 꼬들꼬들 맛있지만 그대로 두면 살이 녹아버려요. 삶아놓더라도 퍼져버려서 특유의 쫀득쫀득한 맛을 살리기가 어렵지요.

말미잘 수육은 국물을 자작하게 잡아 끓인 것으로 예전에는 어르신들의 술안주로 많이 썼다고 한다. 쌀뜨물에 된장을 엷게 풀어 넣고 끓이다가 손질한 말미잘을 넣어 살짝 익힌다. 무를 얇게 썰어 넣고 어슷 썬 홍고추와 대파, 양파를 넣으면 된다.

 

TVN 요리 프로그램 ‘한식대첩’에도 출연한 바 있는 박경례 씨가 끓이는 말미잘장어탕에는 고추장, 된장, 호박, 깻잎 등이 듬뿍 들어가 얼큰하면서도 구수하다. 부산 사람들, 생선 매운탕을 끓일 때는 비린내 제거를 위해 된장을 꼭 넣는다. 그래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넣는 것은 방아잎. 경상도 지역에서 즐기는 향채이다.

국물은 쌀뜨물로 잡아요. 비린내도 잡고 한결 구수해집니다. 여기에 무를 삐쳐 넣고 된장과 고추장을 2:1의 비율로 넣습니다. 고춧가루와 마늘도 듬뿍 넣어 끓이다가 손질해놓은 붕장어와 말미잘을 차례대로 넣고 양파, 깻잎, 대파, 청양고추를 넣어 한소끔 끓어요. 마지막에 방아잎과 보라색 흙깻잎을 툭툭 뜯어 넣으면 됩니다.

말미잘장어탕에 수제비를 뜯어 넣으면 국물이 진득해진다. 밀가루는 원래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재료. 민물매운탕이나 어죽에 수제비를 넣는 것은 양을 늘려 먹기 위한 것도 있지만 비린내가 현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어젓에 메주를 띄워 담그는 어장으로 국도 끓여 먹고 나물도 무쳐먹는다

 

마지막 간은 국간장 대신 어장을 쓴다. 물 좋은 전어를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보관해두면 노르스름한 기름이 동동 뜨는 전어젓이 만들어지는데 이걸 푹 삭도록 두었다가 국물만 떠서 한번 끓여 깔끔하게 내린 것. 거무스름한 어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면 비린 맛이 없고 구수하다.

 

전어젓은 소금물을 넉넉하게 잡고 독이 오른 끝물고추를 함께 넣어 담근다. 푸른 댓잎을 위에 올리고 꼭꼭 눌러놓는다. 살이 노글노글하게 삭으면 건져서 손으로 찢은 다음 갖은 양념을 넣어 무쳐 먹는다. 살을 잘게 다져 양념하면 상추쌈 위에 올리는 건지로도 제격이다. 젓을 담근 후 1년 반 정도 지나 뼈만 남을 정도로 삭으면 뼈를 건져 내고 메주를 넣어 어장을 담근다. 메주가 다 풀어지도록 숙성되면 국물을 따라내 한 번 달인다. 이때 달걀을 껍질 째 손으로 툭 깨서 넣고 달인다. 달걀 건더기에 불순물과 거품이 다 달라붙는데 이걸 건져 버리고 창호지에 내리면 말간 어장이 완성된다. 국 끓일 때나 나물 무칠 때 쓴다. 화학조미료 없이도 감칠맛이 그만인 음식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전어는 바닷물과 민물 중간에서 사는 고기로 젓갈을 담글 때는 따로 비늘을 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정도 발효가 되면 저절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대가리를 자르고 내장을 꺼내 따로 젓갈을 담그면 귀한 ‘전어밤젓’이 된다.

 

박경례 씨가 전어젓과 함께 밥도둑 중 으뜸으로 꼽는 것은 멍게젓. 멍게 살을 발라낸 다음 10분 정도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고춧가루와 조청을 넣고 무친 다음 냉동고에 넣어 보관한다. 먹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 녹인 다음 고춧가루, 마늘편, 양파채, 홍고추채, 풋고추채 등을 넣어 무친다.

 

여러 종류의 생선을 모아 조리는 생선찜의 배틀한 맛

 

동해안을 끼고 있는 지역들에서 부르는 ‘생선찜’이라는 음식은 다른 고장의 생선조림과 비슷하다. 속초와 강릉도 그렇고 부산도 마찬가지다. 매콤한 양념장을 둘러 조리는데 한 가지 생선을 쓰는 것보다 여러 종류의 생선을 섞어 만들면 맛이 더 풍부해진다. 박경례씨가 커다란 냄비 가득 조린 생선찜에는 민어, 부세, 고등어, 삼치 등이 들어갔다. 모두 얼간을 해서 수분을 좀 뺀 것들이다. 배틀한 맛을 내고 생선살이 부서지지 않게 하려면 밑간을 해서 수분을 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부세는 민어조기라고도 불리는 생선이다. 참조기와 비슷한 모양과 맛으로 인해 저렴하게 만드는 보리굴비 재료로 쓰지만 사실은 민어과 생선.

 

냄비 밑바닥에 무를 넉넉하게 깔고 생선을 올린 후 양념장을 얹는다. 양념장은 고추장, 간장, 청주, 고춧가루를 기본으로 잡고 다진 마늘, 다진 파, 양파, 홍고추, 풋고추, 후춧가루 등을 섞어 넣은 것. 생선살에 윤기를 내고 단맛을 보충하기 위해 맛술과 꿀, 과일청을 더한다. 박경례 씨가 쓴 것은 여름에 만들어두었던 자두청. 미리 소금 간을 해서 부서짐 없이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생선살은 매콤한 양념이 배어 들어가 그대로 먹어도 맛있고 밥에 비벼 먹어도 좋다.

 

쫀득쫀득한 군소를 윤기나게 조린 군소산적

 

말미잘과 더불어 낚시꾼들에게 설움을 받던 군소는 독특한 식감이 제법 알려져 요즘은 꽤 환영받은 식재료가 되었다. 군소는 간장에 조려 꼬치에 끼운 산적거리로 많이 쓰는데 설겅설겅 덜 익은 듯 씹히는 맛이 특징이다.

 

군소는 다 같아 보여도 쌉쌀한 맛이 나는 개군소가 있고 잡맛이 없는 참군소가 있다. 이왕이면 참군소로 만드는 산적이 더 맛날 것은 자명한 일. 군소는 잡으면 보라색 물을 확 튕기면서 쪼그라드는데 살짝 데친 것을 자갈치시장 같은 재래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군소는 많이 삶으면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상인들은 살짝만 데쳐서 팔아요. 그걸 그대로 먹으면 질겨서 씹기가 힘들지요. 집에 오면 다시 한 번 데쳐서 씁니다. 뼈가 반 이상 차지하는 갑오징어를 껍질 벗겨 살짝 데친 다음 같이 산적거리로 쓰면 좋아요. 폭이 30cm 이상 나가고 살점이 두툼한 갑오징어는 부산에나 있지 다른 데서는 보기 어렵지요. 밀고동, 홍합, 전복 등도 살짝 데쳐서 같은 크기로 썰어 조립니다.

해물산적 양념에는 간장과 설탕, 물엿이 들어간다. 설탕은 단맛을 내지만 물엿은 물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양념장에 윤기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후춧가루와 과일청을 더해 바글바글 조린 후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는다. 적당히 식힌 양념장을 미리 준비한 갖은 해물에 발라가며 구우면 부산식 해물산적이 완성된다.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많이 올리던 음식이라는데 안줏거리로도 더할 나위 없다.

 
하단 내용 참조

왼쪽부터)
1. 말미잘은 입 주위에 있는 여러 개의 촉수로 작은 물고기, 새우, 게 등을 잡아먹는다.
2. 탕, 수육, 전 등의 재료로 쓰이는 말미잘.
3. 부산 기장 지역에서만 먹는 말미잘장어탕을 만들어준 박경례씨.
4. 싱싱한 말미잘은 주황빛 색이 선명하고 탄력이 있다.
5. 독이 있는 내장과 촉수는 깔끔하게 긁어내야 한다. 잘못 만지면 독이 오를 수 있으므로 손질할 때 장갑은 필수.

하단 내용 참조

왼쪽부터)
1. 말미잘을 손질할 때는 촉수와 내장을 긁어내고 몸통만 썰어 여러 번 씻은 다음 물기를 뺀다.
2. 신선한 말미잘은 탄력이 있고 익히면 쫄깃쫄깃하다. 하루만 지나도 흐물흐물해지므로 잡자마자 조리해야 한다.
3. 부산 기장에서 많이 잡히는 붕장어. 말미잘과 섞어 매운탕을 끓이면 별미.
4. 된장과 고추장이 들어가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인 장어말미잘탕.
5. 깻잎, 양파, 고추 등이 들어가 개운한 맛. 수제비를 뜯어 넣어 끓여도 좋다.

하단 내용 참조

왼쪽부터)
1. 된장을 엷게 풀어 넣고 데쳐 낸 말미잘 수육. 쫄깃쫄깃한 식감이 그만이다.
2. 군소, 갑오징어, 홍합, 전복을 윤기가 나게 조린 모듬 해물 산적.
3. 말미잘탕은 국물을 너무 많이 잡지 않고 자작하게 끓여 먹는다.
4. 민어, 삼치, 고등어, 부세 등을 섞어 조린 해물찜.
5. 기장에서 많이 먹는 전어젓과 멍게젓. 전어는 살만 찢어 양념하거나 잘게 다져 양념을 넣고 무친다.

하단 내용 참조

왼쪽부터)
1. 기장군 학리 바다. 아침마다 잡아 오는 신선한 수산물을 내놓는다.
2. 생선찜에 들어가는 민어, 삼치, 부세, 새우. 생선은 소금간을 해 절였다가 쓰면 부서지지 않고 감칠맛이 증가한다.
3. 쫄깃쫄깃한 맛이 좋은 군소. 살짝 데쳐 산적 재료로 쓴다.
4. 회나 구이로 많이 먹는 전어. 소금간해 젓갈을 담가 두면 밑반찬이나 음식의 간을 맞추는 어장으로 쓸 수 있다.
5. 말미잘탕의 비린내를 없애고 특유의 향을 살리는 데 쓰는 방아잎과 흙들깨.

하단 내용 참조

왼쪽부터)
1. 기름이 오른 전어에 소금을 듬뿍 뿌려 전어젓을 담근다.
2. 전어젓을 담은 항아리에 대나무잎을 덮어두면 이상 발효 없이 깔끔하게 숙성된다.
3. 잘 삭은 전어젓. 살만 찢어서 갖은 양념을 넣어 무쳐 먹는다.
4. 전어살이 녹도록 잘 삭은 전어젓 국물은 감칠맛을 살리는 데 좋은 조미료가 된다.
5. 잘 삭은 전어젓 국물. 달여서 맑은 국물만 받으면 맛있는 어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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