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공감

깔때기국수, 꽁치당구국 등 경북 해안가 해녀음식과 토속음식

바다를 끼고 있는 포항은 사철 다양한 생선과 해산물이 많이 난다. 그중에서도 대게, 문어, 과메기 등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는 특산물이다. 구룡포읍에 있는 구룡포 시장의 대표적인 수산물은 살아있는 홍게와 대게. 초겨울에 들어설 무렵이 되면 해풍에 말린 과메기를 사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청어를 말린 청어과메기와 포항의 대표 음식인 꽁치과메기다. 식초를 과하게 넣은 새콤달콤 물회나 비싼 대게 코스 정식은 그야말로 외지인들을 위한 외식 메뉴일뿐, 포항 토박이들이 즐기는 음식은 담백하고, 개운하고, 구수하다.

소박한 국물 음식으로 즐기는 가자미와 꽁치

구룡포 시장의 명물음식으로 많이 알려진 음식이 있다. 바로 ‘모리국수’. 맛이 담백한 생선을 매운탕처럼 얼큰하게 끓이다가 칼국수를 넣어 끓인 일종의 어탕국수이다. 예전에는 물메기처럼 생긴 미역초라는 생선을 주로 넣어서 끓여먹었다고 한다. 살이 담백하면서도 단단해 한참 끓이더라고 쉽게 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리국수’라는 이름은 이것저것 섞는다는 뜻을 가진 ‘모리모리 넣는다’라는 토박이들의 말에서 따왔다. 선원들이 술국이나 해장국으로 많이먹었던 음식인데 우연히 외지에 알려져 지금은 포항을 대표하는 명물 음식이 되었다. 포항 토박이인 김명희 씨가 끓여준 국수는 모리국수와 전혀 달랐다. 생선을 넣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전혀 넣지 않아 훨씬 담백하고 구수했다.

깔때기국수라고 부르는 음식입니다. 해안가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먹던 음식이에요. 가자미나 도다리, 미역취처럼 비린 맛이 없는 흰 살 생선을 푹 고아서 국물을 내고 미역과 직접반죽해서 썬 칼국수를 넣어서 끓여먹지요.

깔때기국수는 해녀들이 미역을 채취하거나 돌을 맬 때 주로 먹었던 음식이다. 미역은 주로4월에서 5월 사이에 채취한다. 돌을 매는 시기는 10월에서 11월 사이 보름 정도. 밭에 나는 잡초를 뽑아 버리는 것을 가리켜 ‘김맨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돌을 맨다는 것은 바닷가 바위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는 해초나 굴껍질 등을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바다 속에서 떠돌아다니는 미역포자가 제대로 와서 붙게 하기 위해서 하는 작업이다. 물질이라는 것이 하루 종일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하는 일이라 체력 소모도 많고 시간을 다투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니 한 상 제대로 갖춰서 점심을 해먹기가 쉽지 않다. 몸은 힘들고, 시간이 부족한 해녀들은 간편한 한 끼 식사로 깔때기국수를 선택했다.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시키기힘들어 물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짭짤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맵고 자극적인 음식 대신 삼삼한 음식이 당겼을 것도 자명한 일. 포항 바닷가 해녀들은 거의 일년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이미 70대 이상 80대에 이른 연령대는 해녀들은 제주에서 시집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못해 60년 이상 물질을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창바우’라고 불렸다는 신창 2리만 해도 12명 정도의 해녀들만 남아 작업을 하고 있다.

깔때기 국수를 끓이려면 도다리, 참가자미, 물가자미, 곰치처럼 생긴 미역초, 물곰처럼 생긴 장치곰 등의 생선을 준비한다. 껍질은 그대로 두되, 비늘은 잘 긁어서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을 때마다 입에서 비늘이 굴러다니기 때문이다. 생선을 폭 끓여서 뼈를 발라 버린다. 그런 다음 냄비에 참기름을 듬뿍 두르고 어린 미역을 불려서 넣은 다음 뽀얀 물이 우러나도록 볶는다. 여기에 준비한 생선살과 국물을 붓고 끓이다가 칼국수와 들깨가루를 넣어서 마저 익힌다.

꽁치당구국은 다른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토속음식이다. 구룡포에서 나오는 꽁치를 껍질 채로 칼로 다진 다음 밀가루를 조금 넣고 어묵처럼 반죽한다. 이걸 숟가락으로 떠 넣거나 수제비처럼 뜯어서 된장국물에 넣는다. 다진 파, 마늘, 산초가루를 넣어서 마저 끓이면 된다. 꽁치를 곱게 다질수록 끈기와 점성이 생겨 국에 떠 넣기가 좋다. 내장이나 머리는 완전히 제거하고 다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내장 쪽 살에서 씁쓸하고도 비릿한 맛이 배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와 콩나물만 넣어서 시원하게 끓인 맑은 국에 꽁치 반죽을 떠 넣어 끓이다가 고춧가루를 풀어먹기도 한다. 김명희 씨는 꽁치 과메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독특한 것은 다른 곳과 달리 매실 발효액을 만들어 꽁치 전처리 과정에 사용한다는 것.

바닷가에서 자랐지만 비린 음식을 잘 먹지 못해요. 과메기도 좋아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비린내를 없애면 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지요. 직접 만든 매실 발효액을 꽁치에 스프레이해서 세 시간 정도 두었다가 말렸더니 신기하게도 비린내가 많이 가시더라고요.

해초는 밥에 두어 먹고, 국을 끓여 먹고, 나물처럼 무쳐 먹는다

톳은 성게를 더해 솥밥을 지어 먹는다. 불린 쌀에 톳을 섞은 다음 가마솥에 가지런히 펴서 담는다. 여기에 물을 붓고 밥을 하다가 뜸들 무렵 굵게 모양을 살려 썬 표고버섯과 미리 준비해두었던 성게를 얹는다. 뜸이 충분히 들면 데친 톳밥과 성게를 잘 섞어 그릇에 담고 양념간장을 넣어 비벼먹는다. 생 톳은 질기므로 삶아서 부드럽게 한 다음 써야 한다. 톳무침은 무채를 섞고 액젓과 산초가루,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는다. 젓갈향이 콤콤하게 올라오는 것이 전형적인 경상도 바닷가 음식맛을 낸다. 푸른 실타래처럼 보이는 서실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식초를 듬뿍 넣어 새콤하게 만든 초된장을 넣어 무쳐 먹는다. 30분만 지나도 색이 변하므로 무치자마자 먹어야 한다. 신창리 사람들 밥상에 반드시 빠지지 않는 반찬이 하나 있다. 미역줄기 장아찌다. 직접 채취한 미역줄기를 고추장에 박아두었다가 맛이 들면 꺼내 갖은 양념을 넣고 무친 것인데 짭조름한 양념간장을 넣어 비빈 톳밥에 얹어 먹으면 맛이 꽤 잘 어울린다.
 

하단 내용 참조

왼쪽부터)
- 깔때기국수에는 흰 살 생선이 반드시 들어간다. 가자미, 우럭, 도다리 등을 푹 끓여 가시를 발라내고 국물과 함께 폭폭 끓이다가 여린 미역을 넣어 국물을 잡는다.
- 차지게 반죽한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밀고 굵직굵직하게 썰어서 준비한다.
-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훌훌 끓이다가 들깨가루를 넣어 고소한 맛을 내고 농도를 걸쭉하게 한다.

하단 내용 참조

왼쪽부터)
- 싱싱한 꽁치의 머리와 내장을 잘 발라낸 다음 뼈째 곱게 다진다. 곱게 다지는 동안 점성이 생기면 밀가루를 섞어 경단을 빚는다.
- 된장으로 무친 배추 우거지에 물을 부어 끓이다가 반죽해 놓은 꽁치 경단을 넣은 후 국간장으로 남은 간을 맞추고 꽁치의 맛이 우러나도록 더 끓인다. 먹을 때는 청홍고추를 다져 풀어 넣으면 한결 칼칼한 국물맛이 난다.

하단 내용 참조

왼쪽부터)
- 가자미는 포항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생선이다. 자연산 참가자미는 어떻게 조리해 먹어도 맛있는 생선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잘게 썰어 물회를 말아 먹고 구워서 밥반찬으로 삼기도 한다.
- 말린 물가자미는 가격이 싸기도 하고 비리지 않아 반찬으로 많이 활용한다.

하단 내용 참조

왼쪽부터)
- 동해안 마을이 다 그렇듯, 가장 흔한 생선은 역시 가자미와 도루묵. 잘 말렸다가 물에 씻어 바특하게 조려 먹는다.

하단 내용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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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해초는 여름에 주로 채취해서 말려두고 일년 내내 사용한다. 붉은색을 내는 것은 톳이다. 연두색을 띠는 것은 서실이라는 해초로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먹거나 초된장에 무쳐 먹는다.깔때기국수에 들어가는 미역은 줄기가 길지 않고 여린 미역을 사용한다. 그래야 부드럽게 넘어가서 먹기 편하고 소화도 잘된다.
- 동네 집들마다 냉장고 한 귀퉁이에 있게 마련인 미역장아찌 미역 줄기를 고추장에 박아두었다가 맛이 들면 꺼내서 갖은 양념과 쪽파 등을 넣어 무쳐먹는다. 톳은 살짝 데치고 멸치액젓을 넣어 짭짤하게 무친다.
- 제철에 나는 성게를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다가 톳밥에 얹는다. 표고버섯을 굵직굵직하게 썰어 넣는데 톳향기와 표고향기가 잘 어우러져 맛을 더욱 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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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 요즘은 통마리보다 이렇게 반으로 갈라 머리와 내장을 완벽하게 제거한 꽁치로 과메기를 만든다. 비린내가 훨씬 덜해 과메기 초심자도 쉽게 먹을 수 있다. 매실액을 뿌려 비린내를 잡고 수평 상태에서 하루 정도 두면 여분의 수분이 빠지면서 꼬들꼬들 마른다. 수분이 어느 정도 빠진 꽁치는 거꾸로 매달아 바람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린다. 마르는 동안 필요 없는 기름이 아래로 떨어진다.
- 매실액을 넣어 맛을 낸 초고추장에 과메기를 넣어 무친다. 봄동, 미나리, 대파나 쪽파 등을 넣으면 비린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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