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회화·한지 공예… 나만의 그림 취향 찾아 떠나볼까
등록일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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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흔히 전시 비수기로 알려져 있다. 미술품을 사고파는 대형 아트페어는 봄에, 광주·부산 비엔날레는 가을에 열린다. 이에 맞춰 국내 주요 미술관과 화랑들도 봄과 가을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전시를 선보인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예술이 필요한 계절은 겨울이 아닐까. 움츠러드는 겨울, 지친 몸과 마음에 쉼을 안겨 줄 ‘나만의 그림’을 찾아 나서보자. 일상과 상상을 ‘있을법하게’ 그려내는 30대 신진 최민영부터, 사진으로 포착한 현실을 포개어 재구성하는 중견 작가 박진아, 한지 예술에 매진한 60년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전광영까지…. 시의적절하게 찾아온 국내 작가들의 개인전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민영 개인전 ‘꿈을 빌려드립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최민영(35)의 국내 첫 개인전 ‘꿈을 빌려드립니다’는 낯익은 듯하면서도 신선하다. 햇빛이 침대 위 벽면을 가득 메운‘침실’은 안온한 한낮의 풍경 같은 그림이지만, 갑자기 낯설어진다. 방 안에 나뭇잎이 날리고, 책상 위에 거대한 불가사리가 서 있다. 이것은 혹시 한낮에 꾸는 꿈일까. 마술적 사실주의의 거장 마르케스의 소설 제목에서 빌려온 전시명처럼 작가는 캔버스 위에 자기만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펼쳐 놓는다.
한강 연작들도 흥미롭다. 강변을 따라 자리 잡은 고층 빌딩 숲은 익숙한데, 강 한가운데 아마존 분홍돌고래가 헤엄을 친다. 사람보다 큰 거북이가 잔디밭을 어슬렁거리고, 거대한 사자가 물끄러미 사람들을 응시한다. ‘말도 안 되는’ 모순적 상황은 생생한 빛에 반사되며 어딘가에 있을 법한 장소로, 곧 벌어질 것만 같은 사건이 된다.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내년 2월 23일까지, 관람료는 8000원.
◇최민영 개인전 ‘꿈을 빌려드립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최민영(35)의 국내 첫 개인전 ‘꿈을 빌려드립니다’는 낯익은 듯하면서도 신선하다. 햇빛이 침대 위 벽면을 가득 메운‘침실’은 안온한 한낮의 풍경 같은 그림이지만, 갑자기 낯설어진다. 방 안에 나뭇잎이 날리고, 책상 위에 거대한 불가사리가 서 있다. 이것은 혹시 한낮에 꾸는 꿈일까. 마술적 사실주의의 거장 마르케스의 소설 제목에서 빌려온 전시명처럼 작가는 캔버스 위에 자기만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펼쳐 놓는다.
한강 연작들도 흥미롭다. 강변을 따라 자리 잡은 고층 빌딩 숲은 익숙한데, 강 한가운데 아마존 분홍돌고래가 헤엄을 친다. 사람보다 큰 거북이가 잔디밭을 어슬렁거리고, 거대한 사자가 물끄러미 사람들을 응시한다. ‘말도 안 되는’ 모순적 상황은 생생한 빛에 반사되며 어딘가에 있을 법한 장소로, 곧 벌어질 것만 같은 사건이 된다.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내년 2월 23일까지, 관람료는 8000원.
◇전광영 개인전 ‘집합:공명과 그 사이’= 세계적인 한지 작가 전광영(80)이 6년여 만에 한국에서 여는 개인전으로 초기 추상회화 ‘빛’ 시리즈를 비롯해 대형 설치작품, 힐링 시리즈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 ‘집합(Aggregation)’ 연작을 선보인다. ‘집합’은 수천 개의 삼각형 스티로폼을 논어, 맹자, 법전이나 소설 등의 내용이 담긴 한지로 감싼 후 종이 끈으로 묶고, 화판에 촘촘하게 매달아 완성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197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 유학시절, 자신의 경쟁력을 한국 고유의 정신과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1982년 귀국했다. 이곳저곳 다니며 영감을 얻고자 노력하다가 불현듯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한약방에서 보았던 풍경이 떠올랐으며, 보자기로 감싸는 우리 문화, 즉 정(情)에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1995년부터 발전시켜온 집합 기법의 진화를 집중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국제무대에 각인시킨 그의 예술적 여정을 탐구할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2001년 가나아트에서 개최된 ‘올해의 작가 2001 - 전광영’과 함께 2022년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시 ‘재창조된 시간들(Times Reimagined)’ 출품작들도 포함돼 그의 예술적 성취를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 내년 2월 2일까지, 관람은 무료.
◇박진아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 이 전시는 특정 장소에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게 한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생경하지 않은 것은 이들을 세심하게 포착해 낸 박 작가 덕이다. 그는 전시장을 꾸리고 있는 미술관, 레스토랑의 키친, 그리고 피아노 공장 등을 다니며 사진을 찍은 후 이를 유화와 수채화로 화폭에 재구성했다. 신작 40여 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마주한 그림 속 장면들은 매우 일상적이다. 또한 그것은 분명 실재했다. 그러나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여러 장의 사진을 조합해 작가가 새롭게 창조한 순간이기 때문. 작가의 그림은 한편으론 ‘가상의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다.작품 속 인물들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 만큼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다. 그 행위는 너무 순간적이어서 당사자도, 보는 이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 작가의 작업 세계의 근간이 자리한다. 작가는 카메라의 시선을 통과한 ‘순간’을 자신의 마음과 손을 통과시켜 소환해 온다. ‘찰나’를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즉, 흐르는 시간을 회화적인 시간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시 제목 중 ‘돌’에 해당하는 작품군은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초대로 그룹전에 참여했을 당시에 작가가 포착한 장면들이다. 앞선 전시의 설치 기간에 미술관을 방문했던 작가는 아트 핸들러 업체 직원들이 설치 작업의 일부인 돌을 다루는 장면, 작업자들이 전시장에 부착될 시트지를 준비하는 장면 등을 목격했다. 또, ‘연기’로 일컬어지는 작품군은 국제갤러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키친 내부의 분주한 풍경이 담겨있다. 또한, ‘피아노’ 작품군은 작가가 올해 독일의 슈타인그래버(Steingraeber) 피아노 공장에 방문해 그 내부의 면면을 그려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 내년 1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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