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전통

메종&오브제를 수놓은 '시간의 결' 한류연계 협업콘텐츠(한지)
등록일 2024-12-11 조회수131
2024년 9월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관(Paris Nord Villepinte)에서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인테리어 디자인 박람회 메종 & 오브제(Maison & Objet)가 열렸다. 매년 1월과 9월 파리에서 열리는 메종 & 오브제는 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다. 올해도 다양한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참여해 가구, 조명, 장식,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채로운 전시가 열렸다.
 

 

노르 빌팽트는 각국의 디자인과 예술로 생동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강렬한 울림을 선사한 공간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선보인 ‘시간의 결, 한지(Skin of Time, HANJI)’ 전시였다. 제목처럼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 켜켜이 쌓인 한지의 결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는 ‘한지의 특질’과 한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감성’을 담아냈다. 구본창(사진), 김선형(회화), 남궁환(회화), 한기주(조형), 조셉 리(영화배우) 총 다섯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한지 작품들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판화를 활용한 한지 에디션과, 한지 포스터는 관객에게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한지가 감각적인 예술 소재로 재탄생했음을 보여주었다. 전시는 끊임없이 흐르는 시각적 향연이자, 감각적 울림을 전해주는 무대가 되었다.
 
 

<구본창, White+09>
 
영국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 작품이 소장된 한국 대표 사진작가인 구본창 작가의 작품은 한지에 보존성을 높인 안료(Archival pigment)로 인쇄했다. 흑백 사진은 서정적인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김선형, Gardenblue>

 
김선형 작가의 작품 <Gardenblue>는 순수하면서도 깊이있는 푸른색을 한지에 표현했다. 물감이 번지고 스미는 물의 성질이 한지와 만나 자연을 존중하고 순응하는 작가의 마음이 작품에 담겼다. 날이 밝아오는 새벽이자, 밤이 오기 전 하늘의 색이기도 한 ‘푸른색’은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경계의 색이다. 푸른빛을 품은 아름다운 정원은 한지 위에 스며들어 작품의 풍부한 깊이를 그려냈다.

남궁환 작가는 한국과 유럽을 넘나들며 서양화의 양식적인 구성과 동양적인 사상을 담아냈다. 작가의 먹 작업은 모든 작품의 원형을 보여준다. 종이, 먹, 물, 붓 그리고 그리는 시점의 작가는 일련의 사건과 조건을 만들어내며 각 시점을 대변했다. 마음 추에 다다르려는 시도는 작가가 이루고자 하는상태 또는 현상과 같았고 마음빛(Entoptic)이 길로서 서로를 연결하고 있었다. 마음빛을 통해 연결된 존재와 존재 사이를 잇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빛과 존재의 균형의 편린을 시각화한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각각의 단상을 통해 보는 이의 현존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좌) <남궁환, ENTOPTIMA> / (우) <조셉 리, Portrait, great-grandfather>
 
영화배우 조셉 리는 초상화 연작과 한지를 결합시켜 강렬한 붓터치를 한지에 표현해냈다. 현실적이면서 독특하고 뛰어난 예술 감각으로 탄생한 작품은 외부 현실과 내부 경험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갓을 쓴 증조할아버지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할아버지와 자신의 초상화를 한지 위에 그려냈다. 컬러풀한 물감의 볼륨과 붓 터치로 질감을 만들어내던 작가는 이번 시작을 통해 흑백의 조화, 한지에 표현되는 터프한 붓 터치로 기존 작품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한기주, Work-問>
 
 
끝으로 한기주 작가는 나무의 거친 절단면을 한지로 본떠, 나무와 한지 속에 담긴 시간의 결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스기목’이라 불리는 캐나다의 삼나무 등치를 성형한 후, 찢기고 긁힌 자국과 나무 파편 위에 20겹의 한지를 두들겨 캐스팅해 평면으로 옮겨내었다. <흔적>은 나무 결과 파편에 캐스팅 된 한지의 물성이 느껴졌다. <Work-問> 작품은 두툼한 나무 기둥을 절반으로 쪼개 나온 절단면을 한지로 캐스팅한 작품이다. 전사 능력이 뛰어난 한지의 재료적 특성으로 거칠게 뜯겨 절단면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작가가 한지에 투영한 창의성과 장인정신은 이곳에서 그 자체로 숨 쉬고 있었다.



 
2024 메종&오브제의 ‘시간의 결, 한지(Skin of Time, HANJI)’ 전시는 한국의 전통 문화가 어떤 감각적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였으며, 한국 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과 한지의 만남은 한지의 새로운 쓰임을 발굴하고 예술적 매체로서의 가치를 알리는 데 주효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지의 우수성이 세계에서 빛나기 되기를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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