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기업 톺아보기

문화적 공감대를 만드는 '예담 호선생', 갤러리 우갱
등록일 2024-10-07 조회수574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 기념품을 구매하기 위해 찾는 명소, 인사동 쌈지길. 그 길목에는 한국화를 디지털 아트 상품으로 만들어 전시·판매하는 공간, '갤러리 우갱'이 있다. 이곳에 일반적인 기념품 가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방문객이 단순히 구매만 하고 매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대한 호기심으로 갤러리 주인장에게 말 한마디 붙이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작은 호기심은 마중물이 되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로 이어진다. 특히 전우경 대표가 창조한 캐릭터, ‘예담 호선생’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것을 넘어,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데. 과연 그의 그림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 간의 장벽을 허물고 연결을 만들어내는지, 직접 전 대표를 만나 물었다.

(좌) 매장 전경, (우) 매장 내부

 


(좌) 매장 전경, (우) 매장 내부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세계 각국의 이야기와 한국 민화를 융합한 디지털 드로잉 작품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작가, 전우경입니다.



Q. 사실, 예전에 쌈지길 건물 에스컬레이터 앞 매장에 계셨을 때, 슬쩍 작가님 작품을 봤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저에게는 그만큼 한국화의 화풍이 강렬하게 느껴지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한국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국화는 한 획 안에 강함과 유연함, 거침과 부드러움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화 족자




Q. 그런 한국화와 디지털 아트를 결합한 것이 다소 생소해요. 이런 방식의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화는 서양화나 일반 일러스트처럼 일상에서 자주 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멋진 정경을 보면 ‘한 폭의 산수화 같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상대적으로 한국화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환경임에도, 자연스레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마음 깊은 곳에 한국화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이 있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갈망을 채울 수 있도록, 쉽게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한국화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 문화 예술의 보편화, 나아가 세계화라는 목표가 현재 제 작업 방식의 이유입니다.



Q. 디지털 한국화도 멋지지만, ‘콜라보 민화’ 시리즈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작품 속에는 떡 도둑, 예담 호선생이 등장하죠. 떡을 탐하는 호랑이 캐릭터는 워낙 유명한 전래동화에 등장하는지라, 한국인들은 자연스럽게 그 맥락을 이해할 텐데요. 외국인 소비자들도 그림의 내용을 이해하는 편인가요?

아뇨. 외국인 소비자 대부분은 모든 그림에 공통으로 이 호랑이가 등장하는 것까지는 알아내시는데,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모릅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덕에 자연스러운 질문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제 그림을 신기하게 보고 그림의 디테일한 요소를 묻거든요. 예를 들어, ‘호랑이가 왜 떡을 훔치는가?’, ‘호랑이가 왜 항상 담배를 피고 있나?’, ‘다스베이더가 입고 있는 갑옷은 뭔가?’, 또는 그림 속 장승을 가리키며 ‘이 조형물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하는데요. 그때마다 제 그림에 녹인 한국 전통문화 요소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려드리곤 합니다.




(좌) 우주대장 아버지와 명필의 귀환, (우) 수라간 꿀떡 대소동

 


Q. 그럼 어쩌다 처음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은 유명 작품과 민화를 융합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나요?

문화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시대를 반영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즈니사의 ‘라푼젤’, ‘인어공주’나 ‘피노키오’도 옛날 유럽 동화를 애니메이션이란 현대의 장치로 잘 풀어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것이고요. 만약 저 이야기들을 과거와 똑같이 그대로, 책이나 연극으로 전달했다면 한계가 있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전통문화도 조금만 더 재밌게 변형해 전달하면,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담 호선생 캐릭터를 만드는데 아이디어를 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동화처럼, 우리나라에도 재밌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이런 흥미로운 옛 문화를 현대의 장치를 통해 풀어내면 세계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좌) 라푼젤 모발관리, (우) 피오키오와 호선생




Q. 맞아요, '콜라보 민화' 시리즈는 그림 속 상황이 궁금해서 찬찬히 뜯어보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제가 만약 전래동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그렸다면, 단순히 ‘보기에 예쁜 그림’으로 그쳤을지 모르죠. 이미 큰 인기를 끈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외국인 소비자분들이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좌) 콜라보 민화 '닥터 호선생과 거미 토끼선생', (우) 인문학 작품 '노화방지크림'





Q. 해외 관광객 구매자들과 내국인 구매자들에게 인기 있는 작품이 갈리기도 하나요?

제 작품들은 크게 세 가지 분류로 나뉘는데요. 묵직한 디지털 한국화, 호선생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콜라보 민화 시리즈, 인문학 작품 시리즈입니다. 인문학 시리즈와 호선생 시리즈는 국내외 모두 반응이 좋지만, 디지털 한국화 작품은 한국보다 오히려 외국인분들, 특히 서양 문화권 사람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수묵화에 익숙한가, 아닌가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Q.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국가별로 반응 좋은 작품이 갈린다고요.

국가별로는 크게 언어권으로 나뉘는 것 같은데요. 프랑스어권 쪽에선 ‘탈’, ‘학’, ‘라따뚜이’ 작품을, 영어권은 ‘풍경’, ‘스폰지밥’과 ‘스타워즈’ 작품을, 스페인어권에서는 인문학 시리즈 작품을, 중화권에선 ‘호랑이’와 ‘등대’ 수묵화 작품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한번은 중화권 고객에게, 수묵화는 중화권이 원조 격인데, 구매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요즘 대만이나 중국, 홍콩에 수묵화 풍 작가들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오히려 접할 기회가 드물다’라는 답변을 받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좌) 디지털 한국화 '소나무', (우) 디지털 한국화 '학'





Q. 작품 판매가 글로벌하게 이뤄지나 봐요.

네, 30종 이상의 상품을 개발해서 전 세계 대상으로 유통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 싱가포르, 타이완, 태국의 현지 유통사나 여행사를 통해 위탁 배송을 진행 중인데요, 꾸준한 매출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국 전통 그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어요.



Q. 2023년, 오늘전통창업 4기 기업으로 선정되신 이후로 작품 판매 외에 또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지난 2년간 해외 페어 및 전시 참가 5회, 개인전 3회, 단체전 8회 등 국내외 전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싱가포르, 태국, 대만 행사를 통해 현지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서, 내년에 재방문할 계획입니다. 12월 파리에서의 개인 전시도 앞두고 있고요. 지속적인 그림 활동으로 작가로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좌) 인문학 개인전, (우) 대만 일러스트페어




그리고 사회 환원이나 기업 단위 협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받은 사랑에 감사하는 의미로, 국내 보육원, 소아과 병원, 어린이 도서관에 도서와 기금 기부를 진행했고요. 전남 화순군 쌀 포장지 디자인 외주, 경기도 소재 대안학교와 중학교 강연, 현대백화점 팝업 스토어 등 B2B 및 기관 단위로 협업을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인문학 강연





이 모든 게 오늘전통창업 기업으로 선정되어, 시스템과 자금 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는요?

문화 예술은 자연스러운 라포르 형성을 돕는 소통의 윤활제입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우리의 전통문화가 세계인들에게 더욱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더 재밌는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과의 소통, 특히 문화적 배경이 다른 외국인과의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면, 이 두려움을 쉽게 해소할 수 있다고 전우경 대표는 말한다.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친숙한 작품으로 먼저 다가가 장벽을 낮춘다면, 우리 전통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그의 작품이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이런 소통의 힘과 공감의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칠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인터뷰이/사진제공: ‘갤러리 우갱’, 전우경

인터뷰어: 김승요

빠른 이동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