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뉴스

‘정과 선’의 한국적 이야기
등록일 2009-02-16 조회수2548
동경 모리미술관서 개인전 ‘집합’시리즈 작가 전광영
 

[경향닷컴] “한 달간 일본을 평정하는 기분입니다.

삼각 혹은 사각 형태의 작은 스티로폼 조각을 고서의 한지로 감싼 작품 ‘집합’ 시리즈의 작가 전광영씨(65)가 일본 현대미술의 심장부, 도쿄 롯폰기 힐스의 ‘아트 트라이앵글’을 뜨겁게 달군다. 그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모리미술관 부설 모리아트센터에서 14일부터 다음달 15일 까지 개인전을 연다.

 
모리미술관은 인근에 있는 국립신미술관, 산토리미술관과 함께 일명 ‘아트 트라이앵글’로 불리며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곳. 13일 도쿄 모리아트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만난 그는 들떠 있었다. 개막식에는 다케나카 헤이조 전 총무대신,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 한·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2년 전쯤 일본에서 전시를 열자고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상업화랑보다는 한정된 시간에 더 많은 관객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영향력도 있는 공간이 어딜까 생각했는데 그곳이 바로 모리미술관이었습니다.”

 

‘정(情)과 선(禪)’이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는 작가의 40여년 미술 인생을 결산하는 회고전의 성격이 짙다. 30여점의 작품 가운데는 한지 조각으로 만든 작품 이외에 그간 한국에서는 공개하지 않던 1970년대 초기 유화 작품도 함께 걸렸다.

“저의 전부를 보여주는 전시예요. 한국 작가의 한국적 이야기라고 할까요?

회화로 시작해 한지 작업에 몰두한 지 20여년. 어린 시절 친척이 운영하는 한약방에 매달려 있던 약제봉투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작품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고서로 싸여 있다. 그는 고서에 담긴 세월의 흔적, 사람들의 흔적을 전달하고 싶었노라고 말했다. “제게 한 권의 고서가 오기까지 남녀노소, 빈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쳤을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책 구석구석에 90여년 전, 80여년 전 책을 봤던 이들의 지문이 다 찍혀 있잖아요? 그 모든 이들의 애환을, 혼을 한데 모으는 것이 바로 집합이에요.”

초창기 한지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느낌 때문에 “박수근의 색깔·느낌이 난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던 그는 최근작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푸른 웅덩이를 작품 속에 담은 최근작 ‘블루’ 시리즈는 우주인 이소연씨와 날로 환경 파괴가 진행되어가는 지구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다. “환경 파괴에는 자연뿐 아니라 인간의 몸과 마음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소연씨가 우주에서 본 지구는 광활한 푸른빛이었다고 하죠? 밖에선 지구가 파랗고 환상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돌아가서 마주치는 지구는 삭막한 마음을 지닌 현대인들로 차 있지요. 작품 속 푸른 웅덩이는 우주에서 내다본 지구를, 내 마음이 갈구하는 지구를 환상적·희망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20여년간 한지 작업에 몰두한 끝에 독창성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는 최근 전 세계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 로버트 밀러 갤러리와 코네티컷 얼드리치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했다. 올해는 모리미술관 전시에 이어 캐나다 몬트리올과 싱가포르를 거쳐 9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초청받았다. 연말에는 미국 와이오밍대 부설 미술관에서, 내년에는 중국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전시가 예정돼 한국의 미를 전 세계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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