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공간

지금은 일월오봉병에 해와 달이 나타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오봉병 자체에는 해와 달이 그려지지 않았다. 현종 원년 (1659)에 제작된 「효종빈전도감의궤를 보면 오봉병을 제작하되 오채로 오봉산, 적송, 수파(水波)를 그린다고만 되어 있을 뿐 해와 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숙종 대의 의궤에서도 그냥 ‘오봉병 ’으로만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의전용 병풍 그림의 화의가 오봉산에 집중되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실제로 그와 같은 예에 속하는 그림인 〈오악도벽장문〉이 국립고궁박물관에 남아 있어 그간의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의궤를 보면, 당가 천장에 두 자 길이 정도의 철사로 일월경(日月鏡)을 매달아 오봉병 화면 위를 스치듯 내려오게 하여 해와 달을 대신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음을 알 수가 있다. 말하자면 일월경과 오봉병이 한 세트를 이루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조의 대상(大喪) 이후로 일월경 사용이 중지되면서 금은니(金銀泥)로써 해와 달을 화면에 직접 그려 넣는 방법이 사용되었고, 19세기 후반부터 현재 남아 있는 일월오봉병처럼 해와 달을 붉은색과 흰색(또는 노란색)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이미지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빠른 이동 메뉴
  • 주소 : (03060) 서울시 종로구 종로구 율곡로 33 안국빌딩 7층
Copyright © KCDF.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