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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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우연과 경험이 주도하는 이런 구성은 나름대로 독특한 조형성을 만들어낸다. 흰 회벽 위에 몇 개의 선형 부재만으로 짜여지는 꽉 짜인 엄격함 속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느슨한 틈과 여유가 느껴진다. 추상적 차가움 속에서도 따듯한 엉성함이 느껴지는 비밀이다. 차갑고 냉정하고 이성적으로만 보이는 한옥 입면에도 계산적 정확성을 거부하는 한국 특유의 ‘대강대강’의

우연의 미학은 이런 것들을 모두 거부한다. 큰 질서에 반하지만 않으면 적당한 크기로 적당한 지점에 대강 자리 잡으면 그만이다. 경험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상태가 제일 중요한 결정 기준이 된다. 총체성이 휘두를 수 있는 질서적 권력은 매우 한정적이 된다. 정말 안 되는 것이 아니면 개체의 지유는 최대한 보장된다. 총체는 함부로 강요하지 못한다. 총체라는 개

지붕은 건물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서 비나 눈 직사일광 등을 막는 기능을 하는 시설이다. 사람들은 지붕 위에 치미 용두 잡상 등을 올려놓고 길상과 벽사에의 염원을 담는다. 사찰 건물의 지붕도 일반 기와집 지붕의 구조와 형식을 따르고 있으나, 때로 궁궐이나 일반 기와지붕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이채로운 장식물이 추가되기도 한다.

감사 요사채의 경우 공포마다 나무로 깎아 만든 물고기가 올려져 있는데, 표현에 관념적이고 상투적이다. 이와는 달리 불곡사 일주문 공포의 물고기는 공포 부재에 직접 그림으로 그렸는데, 표현이 매우 사실적이고 자연스럽다. 색깔은 오방색을 사용하여 물고기마다 색깔을 달리 표현하였다.

공포에는 물고기도 장식된다. 공주 갑사의 요사채 창원 불곡사 일주문 등에서 물고기 장식을 찾아볼 수 있다. 물고기 문양은 선사시대 토기의 어문魚救에서부터현대 국가의 국기 의장(몽고국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여러 문화권과 각종 종교권에서도 애호되었다. 물고기가 가진 상징적 의미는 여러 가지가있으나 법당의 공포에 장식된 물고기는 상서와 길상 그

전등사 대웅보전 내부 공포의 봉황은 나무로 만든 것인데,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이런 모습만 봐서는 봉황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목에 뱀의 비늘이 표현된 것을 보면 봉황임을 곧 알게 된다. 미황사 대웅전 내부 공포의 봉황도 전등사의 봉황과 비슷한 날개를 가지고 있으나 목에 뱀의 비늘이 표현되어 있지 않은 것이 다른 점이다.

전설에 의하면 봉황의 외형적 특정은, 머리는 닭, 턱은 제비, 목은 뱀, 다리는학, 꼬리는 물고기, 깃털은 원앙, 등은 거북, 발톱은 매를 닮았는데, 몸 전체가 찬란한 오방색(빨강 파랑 노랑 흰색 검정)으로 빛난다고 한다. 그러나 법당 공포에 장식된 봉황을 보면 이 같은 도상적 특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공포 장식 봉황 중에서 앞서

귀공포 장식 가운데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이 물고기를 입에 문 용이다. 용은여의주를 물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경주 불국사 대웅전 귀공포, 불국사 극락전 귀공포, 문경 대승사 대웅보전 귀공포의 용은 여의주가 아닌 물고기를 물고 있다. 이런 용은 공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주 마곡사 대광보전 어칸 기둥화성 용주사 대웅전 어칸 기둥, 부안 내소사 대

용과 호랑이에 얽힌 가장 보편적인 관념은 (주역) <건패〉의 〈문언文言〉에 나오는 “운종용풍종호 성인작이만물관”이라는 말과 관련돼 있다.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르듯이 성인이 일어나면 온갖 사물이 그 덕을 보게 된다는 뭇이다. 그래서 용은 흔히 성군題에, 호랑이는 현신에 비유되는데, 법당 양쪽 귀공포를 차지하고 있는 용과 호랑이 역시 그

공포에는 용두가 장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구례 천은사 극락보전의 경우에는 앞쪽 귀 공포에는 용두 뒤쪽 귀 공포에는 용미를 조각해 놓았다. 이것은 법당을 반야용선의 선실로 상징화하기 위한 묘책이다. 이처럼 용의 전체 모습을 공포에 장식해 놓은 것은 천은사가 유일하다. 또 이례적인 공포 장식이 있다. 부안 개암사 대웅전의 귀공포에 관례와 다르게 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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