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뉴스

‘추억의 김밥’ 관광상품 발돋움
등록일 2009-03-13 조회수2683
식습관을 바꾸자! 외국인 선호 한식 중 하나… 미국 한인사회 파티서도 인기

 

 



 
 
[위클리 경향]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다."

 

소설가 성석제의 '음식론'이다. "추억 속 음식에는 함께 먹던 사람들의 훈훈한 정과 아득한 세월의 아쉬움이 얽히고설킨 맛이 있다"는 '성석제의 음식론'에 가장 부합하는 음식은 단연코 김밥과 자장면이다. 한때 자장면은 외식의 대명사였고 김밥은 나들이 음식의 대표였다. 자장면과 김밥에 얽힌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경험은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김밥은 소풍의 추억과 버무려지면서 그 기억이 더 오래가는지 모른다. 부산시단을 이끌고 있는 이해웅 시인은 "중년의 이들은 다 안다"며 김밥의 추억을 한 편의 시에 담았다.

긴 밤 / 기인 밤 / 배 / 고 / 파 / 기일다 / 까만 밤 / 기 / 일 / 다 / 김난다 / 배 / 고 / 파 / 김밥 / 기인 밤 / 짧다. (이해웅의 시 '긴 밤' 전문)

먹기 편하고 영양도 풍부

조금 특이한 형식을 띤 시지만 김밥의 추억을 되새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긴 밤'에서 '길다'는 이미지와 '까만 밤'의 검은 이미지가, 배고픈 밤에 길고 검은 김밥으로 탄생했다. 그 '김밥'으로 인해 '기인 밤'이 '짧다'고 느껴지도록 배치했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

사실 김밥의 추억은 감수성 예민한 시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니다. 장년들의 유년시절, 그 어느 누구도 김밥이 주는 설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니 누구나 김밥의 추억을 실타래 풀 듯 술술 풀어낼 수 있다. 소풍 전날 밤 빗방울이라도 떨어지는 날이면 잠을 설치면서 뒤척이던 기억, 소풍 가방을 챙기고 또 챙기던 기억, 소풍가방 속에는 기껏해야 김밥 도시락 하나, 사이다 한 병, 과자 한 봉지, 사과 한 알 정도 들어 있지만 전혀 부족함 없이 느낀 풍족함의 기억….

하지만 지금은 집밖에만 나가면 '김밥천국' 과 '김밥세상' '김밥나라'를 만날 수 있다. 김밥이 가장 흔한 음식이 된 것이다. 김밥이 흔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밥은 먹기 편할 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음식이다. 단무지, 당근, 햄, 게맛살, 시금치, 달걀, 우엉, 어묵 등 색색의 고명을 넣은 밥을 김에 둘둘 만 김밥은 한마디로 완전식품이다. 거기다가 그 색깔은 입맛을 돋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눈, 코, 혀를 즐겁게 하는 '종합식품'이다.

다양한 종류를 입맛에 맞춰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김밥전문점의 차림표를 보면 그 종류가 스무 가지가 넘는다. 충무·삼각·꼬마·달걀·태극·누드·김치·채소·치즈·참치·샐러드·모듬·누드과일·달걀노른자·흑미·불고기·쇠고기·회·야채김밥…. 심지어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에는 식용 금가루를 묻힌 김밥인 '금밥'이 등장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변신과 함께 김밥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의 한식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김밥도 김치, 불고기, 비빔밥, 잡채 등과 함께 선호하는 음식 상위에 든다. 한스타일 보급운동을 펴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해외 진출이 가능한 대표 음식 10대 품목에서는 제외됐지만 김밥도 관광 상품과 연계할 계획이다.

실제 김밥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이미 시작됐다. 1994년 '즉석김밥'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김가네' 는 중국에 가맹점 3곳을 낸 데 이어 호주에 지사를 설립했다. 올해부터는 제반 시스템이 미흡한 중국보다 일본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녹생대푸드시스템(주)도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지에 특허출원하는 등 '김가네'에 이어 김밥의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즉석김밥' 한 줄로 세계인의 입맛을 통일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밥 브랜드의 세계시장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김밥 자체는 파티 문화가 성행하는 미국에는 꽤 알려져 있다.

미국인 가정에 초대받은 한국인들이 김밥을 만들어 파티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진출해 있는 미국 몽고메리 시(앨라배마 주) 에서는 김밥이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음식으로 통한다고 한다. 6년 전 목사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김순영(45)씨는 "미국인 가정에 초대받으면 주로 김밥과 잡채를 만들어 가는데 김밥이 모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라면서 "김밥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는 미국인도 많다"고 말했다.

김밥에 관한 인터넷 논쟁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는 '캘리포니아 롤(California roll)'은 김밥의 미국식 변형이다. '캘리포니아 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일본인들이 이 지역에서 많이 나는 아보카도 열매와 날치알, 연어알 등을 주 재료로 초밥을 만들어 먹는 데서, 한국 김밥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다국적 김밥'입니다. '캘리포니아 롤'은 이름이나 음식 그 자체가 역수출된 셈이다.

이처럼 세계화 바람을 타면서 김밥의 정체성에 대한 '인터넷 논쟁'도 한창이다. 이를테면 "김밥은 한국 고유의 음식인가, 일본 김초밥의 변형인가"라는 국적 논쟁과 "일본 스시와 김밥 중 어느 것의 역사가 오래됐느냐"는 역사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쪽은 생선 알을 고명으로 올린 '마키즈시' 혹은 '노리마키'라는 나팔 모양의 김밥에서 현재의 김밥이 나왔다고 말한다. 일본 김밥은 엄밀한 의미에서 말이가 아니고 쌈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한편 우리나라가 먼저라고 주장하는 쪽은 김양식과 김취식 기록을 내세운다. 김에 관한 최초의 문헌 기록으로는 < 삼국유사 > 에 "연오랑이 바다에 해초를 따러 나갔다가 풍랑을 만났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 본초강목 > 에는 허리에 새끼줄을 묶고 바다로 들어가 해초를 채취하는 모양까지 기록이 되어 있다. 그 뒤에 여러 문헌에서 김과 미역, 다시마 등을 쌈으로 먹었다는 기록은 나오지만 현재와 같이 김에 밥을 돌돌 말아 먹었다는 기록은 일제 침략기부터 나온다. 그렇다고 일본 역시 우리의 김밥과 같은 음식은 없다. 김밥을 썰어 먹는 일은 더더욱 없다.

역사와 유래가 어떻게 되든 김밥은 한국 음식이다. 자장면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그것이 중국 음식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대로 우리나라 함경도 지방의 가자미 식해 등과 같이 생선을 밥으로 삭힌 음식이 일본 스시의 원조가 됐다고 해서 스시가 한국의 음식이 아닌 것과 같다.

빠른 이동 메뉴
  • 주소 : (03060) 서울시 종로구 종로구 율곡로 33 안국빌딩 7층
Copyright © KCDF.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