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뉴스

국악기 표준화의 필요성
등록일 2009-05-13 조회수3101

[etnews]  수천년을 이어오는 우리 국악은 중요한 전통문화 가운데 하나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전통음악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국악기도 시대 흐름에 따라 크기·모양·문양·장식 등이 변화·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악기인 피리는 음역이 넓어지면서 1972년에 대피리, 2002년에는 황종피리가 출현했고, 현악기류는 12현의 전통 가야금 외에도 1985년에 18현, 1995년에 25현으로 현 수를 늘인 개량 가야금이 사용되고 있다. 6현이었던 전통 거문고는 1984년부터 7현, 10현의 개량 거문고를 연주하기도 하며, 전통적으로 7현의 대아쟁보다 10현의 개량 대아쟁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2007년 국악기의 음고 조사 및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표준음고(황종=E♭=311㎐)’를 제정·발표하고, 이에 따른 교육용 국악기로 단소와 소금의 표준안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국립국악원의 국악박물관 소장악기 51종에 대한 ‘국악기 실측 자료집’을 발간하고, 관련 시험연구기관과 협력해 단소·소금·대금·퉁소 등 4종 74개의 관악기를 대상으로 ‘음향 및 물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악기에 대한 표준화 기초자료를 마련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국악기는 자연재료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악기마다 제각각 다른 크기와 모양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악기는 전문 연주가만의 악기가 아니라 교육용 악기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문화교류를 거쳐 지구촌 가족들에게까지 전해지는 대중적이고 세계적인 악기로 발돋움하고 있다. 따라서, 음향·물리적 특성 등 국악기에 대한 표준화가 국악 보급 및 확산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국악기 표준화는 변해가는 국악기에 대한 전통을 바로 잡고 그 맥을 이어가는 데 기여하게 된다. 과학적 연구를 통한 표준화 추진은 전통 국악기에 대한 정통성을 확립하고, 개량 국악기에 대한 연구 기반 구축 등 보급 확대와 더불어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는 국악기가 모두 개량돼 전통적인 국악기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 전통 가야금보다는 주로 21현 가야금이 보편화돼 있으며, 단소와 대금(저대) 등 모든 관악기에 서양 악기의 키를 달아 사용하기도 한다.

중국은 서양의 평균율에 따라 많은 전통악기가 개량돼 현재는 원래의 모습을 상당히 잃어버린 상태며, 일본은 일찍이 서양 문화를 받아들여 가가쿠 등 일부 악기는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과학적 방식으로 개량·변화시켜 왔다.

국립국악원과 기술표준원은 국악기 표준화의 첫걸음으로 현악기에 사용되는 ‘현(絃)의 표준화’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현은 현악기 소리를 발생시키는 근원으로서 특성에 따라 악기의 선율과 음향적 차이를 만들어 낸다. 국악에서는 다양한 농현(弄絃)을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데 이때 현의 특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현악기 표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의 표준화가 우선돼야 할 과제다. ‘국악기 현의 표준화 사업’은 국악기 중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에 대한 현악기 표준화 기반을 마련하고, 현을 구입하는 연주자에게 두께, 장력, 음고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기타(guitar) 줄처럼 번호로 구분해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향후 국립국악원과 기술표준원은 양질의 전통 국악기가 체계적으로 생산·보급될 수 있도록 국악기 표준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전통 국악기에 대한 국가표준(KS)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국악의 대중화 및 활성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성수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지식산업표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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