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기업 톺아보기

현대적 코드에 맞춰 전통을 확산하다, KORDE
등록일 2024-12-04 조회수988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코드(KORDE)'다. 코드는 전통문화 특화 프리오더 플랫폼 '코라우드'를 운영하며, 신진 창작자들에게 자신의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코라우드는 다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창작자를 지원하는데, 이는 소비자들의 일상에 전통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려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전통문화 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코드의 이러한 특별한 시도에 대해, 정배식 대표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좌) 2024 메종&오브제파리, 코드 대표 정배식 (우) 2024 메종&오브제파리
 
 
Q. 대표님은 원래부터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전통문화의 어떤 점에 흥미를 느끼고 매료되셨는지요?

어릴 적 다도, 단소, 장구 등을 접했던 경험이 전통문화에 대한 무의식적인 애정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전통문화에 매료된 시기는 북촌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대학교 졸업 전시를 준비했을 때부터입니다. 북촌에서 경복궁, 창경궁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한옥과 고궁이 도심의 빌딩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서 동시대적 아름다움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Q. 전통문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코라우드를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다 보니, 처음에는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굿즈를 직접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나 혼자 좋아서 굿즈를 만드는 것보다, 시장 자체를 키우고 전통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코라우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성장을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창작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니까요.
 
 
Q. 코라우드가 다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코라우드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전통문화를 주제로 활동을 막 시작하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입니다. 전통에 관심 있는 누구나, 프로젝트의 창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코라우드에서 전통문화 요소와 관련해서 만들어 보고 싶었던 굿즈를 직접 기획하고, 이것이 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죠. 더 나아가 저희는 작가님들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그리고 일상에서 좀 더 쓰임새 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2023 코라우드 한남 팝업 쇼룸
 
 
Q. 펀딩 프로젝트에 등록하는 창작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프로젝트 등록 중 궁금증이 생기면 코라우드 담당 매니저가 성심껏 상담해 드리며, 상품 기획 등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경우 별도로 추가 지원을 해드리기도 한답니다.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창작자의 굿즈를 계속 소개할 수 있도록 리플렛을 제작해 기관에 전달하기도 하고요, 비정기적인 팝업스토어 운영 시에도 굿즈 전시 기회를 제공합니다. 작년에 진행한 ‘전통을 꿈꾸다’라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기존 전통 공예 기법을 탈피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전통 굿즈를 개발해 상품화할 수 있도록 한, 정식 컨설팅 프로그램입니다. 이 외에도 창작자가 자신의 지식재산권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
 
 
Q. 가장 성공적이었던 펀딩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코라우드의 두 번째 프로젝트였던 패브릭 태극기 무릎담요 시리즈였습니다. 당시 신생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었기에 서포터즈의 후원 전환율이 얼마나 될지 걱정했었는데, 많은 분이 해당 프로젝트에 관심 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전통문화 관련 굿즈의 상품성이 높으면, 대중의 관심과 후원이 자연스레 따른다는 것을 깨달았죠.
 
 
Q. 성과를 떠나서, 특별히 대표님의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작가님이 있다면?

작년에 제123주년 독도의 날을 맞아 ‘소목소복’ 창작자님께 상품 기획을 제안했던 적이 있습니다. 소목소복은 자개를 활용한 그림 같은 문양을 원목에 새겨 넣어 작업하는 생활 공예 브랜드인데요. 이때 독도의 동도와 서도, 그리고 독도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괭이갈매기, 파랑돔, 해국, 강치의 모습을 자개로 패턴화시켜서 원목 코스터에 새겨 넣은 상품을 기획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물리적으로 멀어 자주 방문할 수 없는 독도를 우리 삶 속으로 끌어당기고자 한, 의미 있는 펀딩 프로젝트였죠. 프로젝트 종료 후에는 코라우드와 소목소복이 함께 독도 재단에 기부도 진행하여 더욱 뜻깊은 프로젝트 협력 사례가 되었습니다.

 


2023 소목소복&코라우드 협력 상품 ‘독도자개코스터’

 
Q. 작가님들께 더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 코드에서도 잡화 브랜드를 운영하기 시작하셨다고요.

코라우드 플랫폼으로 작가님들께 디자인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많은 분이 제품 기획과 판로 확보 등에 대한 고민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질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보다 많은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싶어 ‘사소’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기 시작했죠. 사소는 한국의 멋을 담은 패션잡화 부티크인데요.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전통문화 상품이 한껏 꾸밀 때만 착용되는 것 아니라 일상에서 편히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이 밖에도 미국에서 전시도 하고, 전통문화 알리미 서포터즈도 운영했던데,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려고 힘쓰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많은 전통문화 창작자와 예술가들이 해외에서 작품과 상품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계십니다. 코드 또한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홍보 등의 선 경험을 통해 창작자분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파리, 인도네시아, 홍콩 등 여러 국가에서 우리의 전통문화 상품을 노출하며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국가와 세대가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들지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2024 K-EXPO 인도네시아
 
 
Q. 그렇다면 글로벌 대중들이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코드의 전략이 있나요?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어 홍보 활동을 진행합니다. 특정 트렌드와 인기에 맞춰 홍보를 하다보면, 시간이 지나 과거의 영광으로만 남기 십상이죠. 그래서 중간 접점에서 꾸준하게, 유행을 타지 않고 소구 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 익숙하게, 어렵지 않게 전통문화가 다가갈 수 있도록요.
 
 
Q. 전통문화 기반의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어려운 점이나, 신생 기업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아무래도 전통문화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드 또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전통문화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문화포털’의 전통 문양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거든요. 이렇듯 데이터를 활용해서도 전통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례 등을 알리면서, 전통문화 향유자들이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게끔 도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코드가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프로젝트나 사업 방향이 있다면 귀띔해 주세요.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잘 담기지 않죠. 우리의 멋은 오프라인에서 체험이나 경험을 통해서 보다 가깝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코드는 지금까지 비정기적인 팝업스토어나 박람회를 통해 코라우드 창작자분들의 굿즈를 소개해 왔는데, 2025년에는 상설 스토어 개설을 통해서 프로젝트 전시와 굿즈 판매 공간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에, 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좌) 전통문화 청년 가구작가 발굴 사례, ‘아그데’ (2023 세계유산박람회) (우) 2024 홍콩국제라이센싱쇼
 

크라우드펀딩 시스템의 특성상 창작자들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대한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일정 후원금을 모금하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라우드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창작자들에게 전통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속해 주길 당부한다. 실제로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에도, 그들이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널리 전파할 수 있도록 함께 활동을 이어간다. 이런 코드의 노력은 우리 전통문화의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확장해 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되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융합, 그리고 한국과 전 세계의 포용적인 문화 융합을 통해 발전하여 문화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정배식 대표의 바람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인터뷰이/사진제공: ‘코드(KORDE)’, 정배식
인터뷰어: 김승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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