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르, 한국 전통 문양으로 그리는 K-패션의 미래
등록일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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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에게 한복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그렇다고 하지만, 실제로 입느냐고 물으면 그렇다는 분들은 거의 없을 거예요." 전통 패턴 디자인 브랜드, '오우르'를 이끄는 장하은 대표는 자신이 몸담은 한복 시장 규모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제약 속에서도 오우르는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 문양을 접할 수 있도록, 전통 패턴을 활용해 만든 제품 라인을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한복 브랜드 '금단제' 이일순 대표 디자이너의 딸로서 어릴 적부터 체화한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과, 미국 유학 경험을 통해 쌓은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활용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장 대표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Q. 먼저 브랜드와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우르를 운영하고 있는 장하은 대표입니다. 오우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패턴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패션 브랜드인데요. 대외적인 프로젝트에서는 한복 의상으로, 일반적으로 소비자분들이 좀 더 구매하기 좋은 어패럴(의복) 라인과 잡화 라인으로 저희의 패턴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Q.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현지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까진 한복 관련된 일을 안 할 생각이었다고요.
저희 어머니가 오랫동안 한복을 만드셨기 때문에, 한복 시장의 현실을 많이 듣고 자랐거든요. 그래서 저는 한복 지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해외에 있으면서 한국의 문화를 더 많이 찾아보게 된 것 같아요. 또 저는 한국인 중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한복이나 전통문화를 더 가까이 접한 사람이니까요. 그게 제가 가진 어떤 ‘아이덴티티’라는 걸 깨달았던 거죠. 그래서 학교에서 한복 원단이나 문양을 사용해 작업하기도 했는데, 교수님과 친구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도 신선한 자극이 되었고요.
Q. 막상 외국에 나가 보니, 전통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신 거네요.
졸업 후 미국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할 때도, 한국 사극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을 레퍼런스로 가져와서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한국의 시각적인 디자인이 외국에서 분명히 시장성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Q. 귀국해서 전통 패턴과 한복 디자인의 세계에 뛰어든 계기는요?
그 전부터 늘 한복 시장에 새로운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뭐랄까, 좀 안타까웠어요. 어머니가 오랫동안 한복 브랜드를 운영하셨는데,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접하지 않는 시대가 되는 것이요. 한국 문화와 한복을 사랑하는 저조차도 전통 한복을 안 입으니까요. 그래서 마냥 전통적이거나, 아니면 너무 개량해 만든 한복이 아니라, 제가 가진 장점을 살린 디자인을 시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으로 귀국하게 됐죠.
Q. 먼저 브랜드와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우르를 운영하고 있는 장하은 대표입니다. 오우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패턴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패션 브랜드인데요. 대외적인 프로젝트에서는 한복 의상으로, 일반적으로 소비자분들이 좀 더 구매하기 좋은 어패럴(의복) 라인과 잡화 라인으로 저희의 패턴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Q.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현지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까진 한복 관련된 일을 안 할 생각이었다고요.
저희 어머니가 오랫동안 한복을 만드셨기 때문에, 한복 시장의 현실을 많이 듣고 자랐거든요. 그래서 저는 한복 지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해외에 있으면서 한국의 문화를 더 많이 찾아보게 된 것 같아요. 또 저는 한국인 중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한복이나 전통문화를 더 가까이 접한 사람이니까요. 그게 제가 가진 어떤 ‘아이덴티티’라는 걸 깨달았던 거죠. 그래서 학교에서 한복 원단이나 문양을 사용해 작업하기도 했는데, 교수님과 친구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도 신선한 자극이 되었고요.
Q. 막상 외국에 나가 보니, 전통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신 거네요.
졸업 후 미국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할 때도, 한국 사극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을 레퍼런스로 가져와서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한국의 시각적인 디자인이 외국에서 분명히 시장성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Q. 귀국해서 전통 패턴과 한복 디자인의 세계에 뛰어든 계기는요?
그 전부터 늘 한복 시장에 새로운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뭐랄까, 좀 안타까웠어요. 어머니가 오랫동안 한복 브랜드를 운영하셨는데,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접하지 않는 시대가 되는 것이요. 한국 문화와 한복을 사랑하는 저조차도 전통 한복을 안 입으니까요. 그래서 마냥 전통적이거나, 아니면 너무 개량해 만든 한복이 아니라, 제가 가진 장점을 살린 디자인을 시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으로 귀국하게 됐죠.
Q. 미국에서 일하며 배웠던 것들이 혹시 지금 디자인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저희 브랜드에서는 ‘오간색’이라는 전용 컬러를 많이 써요. ‘오방색’과는 다르게 너무 밝지 않고, 다른 색깔과 잘 어우러지는 현대적인 컬러를 사용하죠. 미국은 인테리어에서도 다양한 패턴과 패브릭이 쓰이는데요. 튀는 주요색으로 포인트를 주되, 주변 사물과 잘 녹아들게 작업하거든요. 그런 다채로운 컬러 믹스를 많이 접했다 보니, 저희 브랜드에서 색 조합 작업을 할 때도 한국적인 요소와 팝한 컬러를 조화롭게 섞는 작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Q. 브랜드 소개 글 중에 ‘패턴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의미를 반복하는 것과 흡사하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오우르의 패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의미’란 무엇인가요?
우리 한국 문화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저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이거든요. 전통을 재해석할 때 본질적인 가치를 먼저 파악하고 중심을 확실히 지키면서, 그 주변 요소들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죠. 단순히 보기 예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패턴의 모티프가 되는 한국적인 요소가 지닌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Q. 저는 ‘한국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어떤 건지 항상 의문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 역사가 되게 길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그 말이 너무 광범위하다고 느껴져요.
말씀처럼 ‘한국적이다’, ‘동양적이다’라는 말은 범위가 되게 넓어요. 그리고 아이러니한 게, 예를 들면 달항아리나 백자, 아니면 화선지에 먹 하나 떨어뜨린 동양화처럼 단순하고 깨끗한 것도 한국적이거든요. 그런데 또 반대로 단청, 자개, 색동 같은 걸 보면 색깔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 다채롭고 화려한 것도 한국적인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것이 한국적이라고 딱 잘라 정의 내리기는 사실 어렵죠.
Q.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에 더 끌리는 편인가요?
저희는 '다채로운 것'에 중점을 맞추는 브랜드예요. 컬러감이나 문양의 미세한 것들을 더 많이 다루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제가 더 좋아하는 건 후자인 것 같아요. 특히 자수 문양을 좋아하고, 많이 찾아서 봐요.
Q. 전통 자수에서 영감을 받으신다는 거죠?
아무래도 자수에 컬러가 많이 쓰여요. 오우르의 가장 최근 패턴이 ‘불로초’인데, 이것도 전통 복주머니에 십장생 자수가 놓여 있는 걸 보고 영감을 받았거든요. 사실은 저희 어머니가 되게 좋아하시는 문양이라서 자주 접하던 도안이었는데, 십장생 하나하나 형태를 뜯어보기 시작하니 불로초라는 식물이 독특해 보였어요.
Q.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던 그 작은 버섯을 캐치하신 거군요.(웃음)
남들이 잘 모르는, 숨어있던 전통 요소를 끄집어내서 재해석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많이들 보시는 학이라든가 거북이, 이런 것보다는 불로초를 패턴화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거죠.
Q. 아까 한복 시장에 대해 잠깐 언급하셨는데, 사실 그 규모에 아직은 한계가 있잖아요. 창업 이후로 힘든 점은 없었나요?
힘든 점 많죠.(웃음) 일반 패션 브랜드와 비교하면 시장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저는 실용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전통 의복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잖아요. 디자인이나 길이 같은 면에서요. 한복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요. 이런 가치는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 때문에 대중화되기 어려운 면도 있어요.
Q. 어떻게 극복하실 생각인가요.
오우르를 한복 브랜드라고 규정하기보다, 패턴 디자인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계속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어요. 전통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패턴을 만들고, 이를 한복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고 있죠. 단순히 한복을 입으라고 권하는 것보다, 이런 유연한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제가 한복 시장에 느끼는 제한을 뛰어넘으려고 합니다.
Q. 그래도 몇 년 새 저고리 모양의 셔츠라던가, 한복의 요소를 가져온 실험적인 기성복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네, 요즘은 많은 브랜드들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어요. 개량 한복이나 신(新)한복 브랜드들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대중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많이 변형한 개량 한복을 많이 만들지는 않지만, 다른 브랜드 옷을 보면 평상시에 충분히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한복 고유의 디자인적 특징은 지키면서도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해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한복을 어떻게 재해석해야 사람들이 더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을지 정말 많이 고민해요. 결국 전통성과 대중성 사이의 경계를 잘 다루는 것이 우리 디자이너들의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
Q. 어렵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간 오우르의 행보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에 블랙핑크의 코첼라 무대 의상도 제작했고, 현대자동차와 협업을 하는 등 굵직한 작업이 많았잖아요. 오우르의 2024년은 어땠나요?
올해 초에 공개된 프로젝트로는 인천공항의 ‘전퉁문화미디어월’에 송출되는 'K-Culture' 영상 속 댄스 크루 '아마존'의 한복 의상을 제작했어요. 그 미디어 월 앞에서 춤을 춘 글로벌 댄스 크루 '잼 리퍼블릭'의 의상 제작도 저희가 맡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팀이 내한했을 때, 주연 배우 두 분과 감독님께 한복을 선물하는 작업도 했고요. 9월 말에는 저희 모 브랜드인 '금단제'와 함께 로마 패션쇼에 참가했죠. 이번에는 전통 한복뿐만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도 함께 선보여 의미가 깊습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이 주관하는 '한복웨이브' 프로젝트에도 2년 연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해당 사업 화보를 찍은 배수지 배우의 한복을 제작했는데, 올해에는 김태리 배우의 한복 의상을 맡아 제작 중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올해 말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새로운 패턴과 디자인을 개발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채로운 활동으로 가득한 해를 보내고 있어요.
Q. 굿뉴스가 정말 많네요. 바쁘시겠어요.
저희 브랜드에 들어오는 모든 일을 후회 없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작업에는 오우르의 이름이 걸려 있기 때문에, 어떤 프로젝트를 맡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죠.
Q. 재작년 오늘전통 초기창업기업 3기로 선정되셨잖아요. 공진원으로부터 지원받은 내용에는 어떤 게 있었는지, 만족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초기창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금전적 지원이에요. 일을 하면서 느끼지만, 더 많은 일을 하려면 그에 맞는 비용이 필요하고, 이는 스타트업 회사로서 쉽게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받은 예산을 바탕으로 활동을 펼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각 회사와 브랜드의 몫이겠죠. 그리고 여러 부처에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 있지만, 특히 공진원에서 주관하는 이 사업은 전통이 키워드인 브랜드들을 지원하다 보니, 담당자분들이 우리의 일을 잘 이해하고 계세요. 덕분에 공감할 수 있는 행사나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또 비슷한 분야 다른 대표님들을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이런 자리를 통해 전통 산업 일을 하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아요. 여러모로 사업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Q.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가장 가까운 목표나 꿈이 있다면?
예전부터 ‘언젠가 브랜드를 만든다면, 단순히 한국에서 주목받는 걸 넘어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유명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이 꿈이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항상 염두에 두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빛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빛’과 ‘창조하다’라는 뜻의 히브리어에서 따온 이름처럼, 오우르는 우리 전통문화에 숨겨진 매력을 발굴해 그 스펙트럼을 다채롭게 펼치는 프리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 대표의 바람대로, 오우르가 펼쳐낸 빛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길 기대한다.
인터뷰이, 사진 제공: ‘(주)오르디자인하우스’, 장하은
인터뷰어: 김승요
인터뷰어: 김승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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