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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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날씬한 것은 중앙 창문을 넓고 뚱뚱한 것은 측면 창문을 각각 담당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중앙과 측면의 분별은 다분히 작위적인 것이다. 이런 분별은 대립과 차별을 낳는다. 이것은 계급적 질서에 의한 종속으로 발전한다. 이럴 필요는 없다. 중앙의 문 한 짝과 측면의 문 한 짝이 어울려 한 쌍을 이룰 수도 있다. 해학적 어울림이다. 이렇게

부석사 무량수전을 보자. 기둥 사이의 벽면 전체를 창으로 처리했다. 창 면적이 넓어졌다. 칸수 나누기가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이등분이나 삼등분 같은 단순하고 기계적인 분할은 지루한 권위만을 줄 뿐이다. 이것이 싫었을 수 있다. 부처의 참뜻은 즐거운 자비이지 지루한 권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 주간 자체를 중앙 창문과 측면 창문으로 나누었고 다시

창에 의한 칸 수는 반드시 규칙적인 것만은 아니다. 규칙성을 흐트러트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창을 두 종류로 다양화시키는 것이다. 도림사 응진당을 보자. 세 칸 건물인데 중앙의 주간과 양 측면의 주간이 각기 다른 창으로 처리되었다 중앙의 주간은 두 짝 짜리 창문이고 양 측면은 한 짝 짜리 창문이다. 이에 따라 주간거리도 중앙이 넓어졌다.

불갑사 명부전을 보자. 사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 구성이다. 창은 긴 전면을 적절한 단위로 나누는 주간(柱問)의 핵심요소이다. 기둥과 함께 규칙적으로 반복하면서 주간을 결정한다. 주간은 흔히 입면에서의 칸수로 불린다. 이 건물은 정면이 세 칸이다. 반듯한 창의 반복은 길고 지루해지기 쉬운 긴 입면에 규칙적 질서를 만들어 준다. 기단도 창의 분위

창이 수행하는 구성 형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입면의 분할이다. 창살과 창틀은 창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창살과 창틀에 의해 창을 보는 것은 미시적 관점에서 안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창은 거시적 관점에서 밖으로 확장해서 볼 수 있다. 창살과 창틀로 구체화된 창이 아니라 보다 일반화된 총체적 단위로서의 창이다. 이렇게 정의되는 창은 건물의 전면을

구름 문양을 계단 장식 문양으로 많이 쓰는 이유는 없다가도 생기고 사라졌다가도 나타나는 구름의 속성이 불교의 무상과 무아와 통하기 때문이다. 구름은 또한 그 위쪽 공간을 초현실적이고 상서로운 공간으로 상징화하는 데에 큰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도 애호하는 이유이다.

안성 칠장사 대웅전 소맷돌 측면에도 구름 문양이 새겨져 있다. 회암사 계단의 것과 다른 것은 구름 문양을 단독으로 시문해 놓았다는 점이다. 5두 5미의 유운이 매우 세련된 모습인데, 운두에 오금이 없다. 오금은 운두의 묘선에서 굴곡이 진 부분을 말한다.

양주 회암사지 계단에는 두 가지 종류의 구름문양이 새겨져 있다. 하나는 소맷돌 아래쪽에 마련된 틀 속에 유운을 시문한 것이고, 또 하나는 소맷돌 양 측면 전체 에 다수의 점운을 자유롭게 배치해 놓은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4두 3미의 유운을 장방형의 틀 속에 새기되 박지기법을 써서 구름을 도드라지게 표현하였다. 후자의 경우는 3두 1 미로 된 점운 6 개를

양평 용문사 계단의 구름 문양은 사분형의 소맷돌 앞쪽에 새겨져 있는데, 7개의 운두와 2 개의 운미가 나타나 있다. 운두는 크고 운미는 짧아 고구려 고분벽화 등에서 볼 수 있는 고대의 유운 화법(작은 운두에 가늘고 긴 운미를 표현한 화법)의 유려한 율동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구름 위쪽에 시문된 태극 문양은 이파문 형식의 문양으로, 양의가 좌우로 배치된 형태

구름 문양에는 점운, 비운, 유운, 용운(입체상으로 생동감 이 있게 솟아오르는 뱀 구름을 묘사한 것), 십자운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구름은 대체로 오금나선형 (곱팽이) 이 한데 엉킨 상태로 되어 있는데 뭉친 부분을 운두라 하며 날개의 꼬리 부분을 운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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