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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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사당은 넓은 터에 자리 잡았고 갑자기 밝아지는 위치에 마치 단독주택과 같이 당당하게 자리하였다. 진입로 한편으로 비껴 놓여서 사각으로 보이게 된다. 사각의 시선에서 잘 보이도록 대문을 낮추고 사당채를 높여 중첩적인 형태가 부각된다. 사당 일곽을 바깥으로 약간 비틀어놓았기 때문에 사다리꼴로 좁아지는 진입로는 자연스럽게 어초은 사당으로 연결되고, 고산 사

내부 공간의 상징성과 화려함은 외관보다 더욱 충격적이다. 불단을 뒤로 물린 3단의 층급천장層級天障 으로 내부가 높고 넓다. 장식적인 측면에서 내부 공간은 한마디로 용궁이다. 사방팔방에서 뽑혀진 부재들 끝을 용머리로 장식하여 여기저기서 용들이 꿈틀대고 있고 날개를 활짝 편 극락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용과 봉황이 얼마나 많은지, 내부에만도 용 9마리와 봉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전면에 올려진 포작들의 장식성이다. 포작을 받치는 주두는 꽃잎 모양으로, 첨차는 연꽃 줄기로, 소로는 연꽃 봉오리 모양으로 입체적으로 조각하여 전체적으로 위로 올라가면서 연꽃들이 환하게 핀 형상이다. 익산 숭림사 보광전도 투각한 주두를 가지고 있지만, 이 건물같이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조각되지는 않았다.

구조부재는 독립적으로 건축적 의미를 형성하지 못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흰 벽을 나누어야 할지 속셈이 서지 않는다. 이 때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 창이다. 창이 먼저 결정되고 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나눌지 영문이 트인다. 여기서부터 창의 건축적 의미가 시작된다. 한옥입면에서 추상미는 단순한 추상미가 아니라 축조성의 산물이라는 건축적 의미가 형성되는 단계이

둘 째, 벽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한다. 창은 벽면에서 골격이 형성되는 구심적일 수 있다 운조루 안채를 보자. 창에서 여섯 개의 선이 갈라져 나간다. 이 선들은 건물의 골격을 이루는 구조부재들이다. 창은 핵처럼 이 선들의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창으로부터 모든 선이 퍼져나가는 바람개비 형국이다. 온몸에 선을 휘감고 돌려대는 형국이다.

이것은 선 분할이다. 선에 의해 면으로 나뉜다. 아직은 단순 분할이다. 의미를 싣고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미니멀리즘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 이 일을 하는 것이 창이다. 창은 흰 면 조각에 대비된다. 대비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한다. 벽에 대비되는 숨구멍이 첫 번째요 흰색에 대비되는 갈색이 두 번째다. 그러나 여전히 면은 면이

한옥의 창은 그 자체로서 순수 회화적인 조형미를 갖는다. 구성분할에 의한 추상미, 혹은 줄여서 구성미가 그것이다. 이차원 면 분할에 구현된 비례와 조화의 아름다움이 한 편의 완벽한 추상화와 같다. 건축적 의미로 해석되기 이전 단계에서 이미 조형적 완결성을 획득했다는 의미이다. 창은 독자적인 면성을 통해 구성미 속에서 중심적 위치를 갖는다. 회벽은 바탕이다.

칸 나누기는 수평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무량사 극락전의 측면을 보자. 칸 나누기가 위아래로 일어났다. 주간을 다 쓰면 큰 창문하나로 처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둥과 창문 사이에 벽면을 조금 두었다. 창문이 길어졌다. 하나로 처리하기에는 어색한 비례이다. 위아래로 나누었다. 비례가 좋아졌다. 아래쪽 창문만 열면 힘도 덜 든다. 사람 몸

건물 전면을 보면 좀 낫다. 총 다섯 주간이다 중앙 주간은 네 짝의 창문으로, 두 번째와 네 번째 주간은 두 짝의 창문으로 각각 처리했다. 양끝의 첫 번째와 다섯 번째 창문이 방금 본 파격이다. 들쭉날쭉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민을 많이 했다. 가운데 세 주간과 양끝의 두 주간 사이에 경계를 그었다. 경계는 둘로 읽힌다. 먼저 규칙적 주간과 불규칙적 주간

선운사 명부전에서는 완전히 제 마음대로이다. 창에 의한 칸수 나누기 자체가 무색해졌다. 오른쪽 주간은 표준형 이다 주간 하나를 두 짝의 문이 담당한다. 그러 나 왼쪽 주간은 파격이다. 제대로 된 주간 하나를 옆으로 넘어뜨려 뉘어놓은 꼴이다. 긴 창문 하 나가 주간 폭을 다 차지하며 옆으로 누워 버렸다. 주간은 수직 방향으로 삼단 나누기가 되었다.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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