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별 문화상징

거문고
선정취지 및 필요성
  • 거문고는 예부터 백악지장(百樂之長)이라 하여 모든 악기의 으뜸으로 꼽았으며 현악기를 대표하던 악기였다.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서양의 고른음에 익숙해져, 음량이 적고 술대가 내는 둔탁한 소음이 있는 거문고가 점차 연주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거문고가 가진 고유한 매력과 깊은 정신성은 특히 현대사회에서 되살릴 필요성과 가치가 크다.
역사적 배경 및 상징물의 의미
  • <삼국사기>의 기록에는 왕산악이 중국 진(晉)나라 사람이 보내온 칠현금(七絃琴)을 개조하여 연주하니 검은 학이 날아들어 현학금이라 하였고 후에 현금이라 이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이른 시기 여러 기(基)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거문고와 유사한 악기들이 등장하고 있는 사실에서, 고구려에 있던 토착악기가 중국 금의 영향을 받아 후에 개조된 것이 거문고라는 학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문고의 명칭 또한 ‘검은 학’에서 유래했다기보다 신성성을 뜻하는 고어인 ‘?[神]’과 현악기를 뜻하는 ‘고[琴]’의 합성어인 감고, 검고에서 ‘거문고’가 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발생초기에는 초월적 신비성으로 다분히 선가적(仙家的) 색채를 갖던 거문고는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어지면서 점차 유가적(儒家的)인 음악관으로 변용되었다. 거문고의 ‘금(琴)’은 곧 ‘금(禁)’이라 하여 마음의 사기(邪氣)를 정화하려 했고, 음악으로 마음을 다스리면 이직자량지심(以直子諒之心)이 절로 우러난다 하여 정신수양과 인격도야의 수단으로서 거문고를 애호하였다. 거문고는 서화로 치면 문인화와 같은 격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음악 자체보다 음악 속에 담겨진 정신성을 높이 여겼고 직접 줄을 튕겨 나는 소리보다 소리와 소리 사이의 여백을 중시하였다. 안빈낙도의 학문과 덕을 닦는 선비들 사이에서 숭상되어 유교적 이상과 깊이 맞물려 있는 악기가 바로 거문고이다.
다른 나라의 유사 사례
  • 고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음악을 우주론적 자연관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의 <금조>라는 책에 보면 복희씨가 금(琴)을 만들어서 그것으로 몸을 닦고 성품을 다스려서 하늘이 준 참 자기의 경지로 돌아가게 한다는 내용이 있다. 금이란 유가에서 말하는 수양과 교육의 최고경지에 이르게 하는 악기이며, 거문고의 이상 또한 인간이 도달하고자 하는 최고경지라는 점에서 중국의 금이 지향하는 바와 같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연주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지터(zither)형 현악기들은 각 민족고유의 토착악기들이거나 이웃 민족에게서 받아들여져 오랜 기간을 통하여 각자 그들 민족만이 가진 미적 감각에 의해서 변화된 사실을 볼 수 있다.
기대효과
  • 거문고는 전체 음역이 3옥타브에 가까워 한국악기 가운데 가장 넓은 음역을 가진 악기이기도 하여 창작음악이나 협연악기로서도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현재 거문고는 음량이 적고 단절음을 내는 특성상 합주음악이나 대규모 편성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하나, 거문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여백과 여운의 미를 현대음악으로 재창조한다면,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악기로서 큰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질적 가치만이 팽배하고 기계음으로 가득 찬 현대사회에 거문고가 가진 자연의 여백미는 현대인들의 심신을 다스리는 데에도 적지 않은 공헌을 할 것이다.
문화사업 및 비영리 분야에서의 활용방안
  • 거문고의 음악이 내포한 정신성은 오늘의 음악상황에 연계하여 새로운 지평의 음악개념을 도출해 낼 필요가 있다. 우선 대중화로 치닫는 세태를 순수 무구한 신성성(神聖性)으로 균형을 잡는 일을 비롯해서, 인간성의 황폐화를 부추기는 음악행태를 전인적, 풍류적인 음악전통으로 보완해야 하며,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환경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거문고음악 본연의 천인합일(天人合一)적이고 자연귀의(自然歸依)적인 정신세계를 음악의 궁극적 이념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 장사훈, 『한국악기대관』(서울: 서울대학교출판부, 1986). 제1회 동양음악학국제학술회의 자료집, 『동아시아의 현악기』(서울 : 국립국악원, 1996. 9.19~20). <김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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